바르셀로나 집결한 글로벌 좌파…‘민주주의 수호’ 외쳐
"탐욕적 세력의 팔 꺾을 것"… 트럼프 비판 선전포고
영공 폐쇄·기지 사용 불허, 안보동맹 균열 감내한 반기
미국 무역 압박 맞서 ‘중국 밀착’, 다자주의 재편 승부수
이란과의 전쟁을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괴롭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교황 레오14세, 다른 한 사람은 바로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다.
산체스 총리가 '반트럼프 연대'의 구심점을 자처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미국 주도의 군사 작전에 반기를 드는 것은 물론,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유럽 내에서 가장 선명한 좌파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 수호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 등 중도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상들과 40여 개국 100여개 조직의 관계자 6000여명이 집결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부총리,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도 참석했다. 사실상 '글로벌 진보 동원'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산체스 총리는 개회사에서 "민주주의는 당연한 게 아니라 노력해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자신이 주창해온 '전쟁 반대(No to war)' 슬로건을 내세웠다. 특히 그는 "끝없는 탐욕을 가진 억만장자, 민주주의와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이용해 부를 쌓는 세력"을 언급하며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불가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팔을 꺾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체스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히 국내 정치적 입지 강화를 넘어 유럽과 세계 무대에서의 리더십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 등 주요 외신은 그가 스페인 총리직 이후 유럽연합(EU)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유럽의회 당국자는 "그가 스페인을 넘어 유럽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대립이다. 산체스 정부는 최근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 군용기의 스페인 영공 통과와 자국 내 미군 공동기지(로타 해군기지, 모론 공군기지) 사용을 전면 불허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국방장관은 이를 "전적으로 불법적이고 불의한 전쟁"이라 규정했고, 산체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도 나토 합의 수준에 못 미치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발도 거세다. 이스라엘은 스페인의 '반이스라엘 편향성'을 문제 삼아 가자지구 휴전 감시 기구(CMCC)에서 스페인을 배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자들은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우리가 필요할 때 기지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좋은 협정이 아니다"라며 향후 동맹 관계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산체스 총리는 "그들(극우)은 이기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알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며 진보 세력의 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다자주의 질서 회복과 유엔 재편을 주장하는 그의 목소리가 우경화의 파고를 넘는 새로운 대안이 될지, 아니면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고립을 초래하는 위험한 도박이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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