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부채 비율 상당한 증가"
비기축통화국 韓, 재정 관리 시험대
전문가 "재정 확대 지속 시 물가·금리 부담 우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내년 56%대를 기록하며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을 웃돌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등 일부 국가의 부채 비율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대가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IMF는 최근 '재정모니터' 4월호에서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체코·덴마크·홍콩 등 11개국의 내년 평균치 55.0%를 웃도는 수치다.
올해 기준 한국 부채 비율은 54.4%로 비기축통화국 평균 54.7%보다 0.3%포인트 낮다.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지방정부 채무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지표로 국가 간 비교에 활용된다. 한국 부채 비율은 2020년 이전까지 40%를 밑돌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빠르게 상승했다. 재정 흐름은 국가별로 크게 엇갈린다. 스페인과 일본은 금리와 성장률 구조 덕분에 2031년까지 부채 비율이 10~14%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2031년 기준 벨기에는 GDP 대비 122%를 넘고 한국은 6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 비율은 가파른 증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비기축통화국 특성상 대외 충격에 취약해 재정 관리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IMF는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IMF의 전망이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는 부채 전망이 경제·재정 여건과 정책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가 활용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도 매년 수정되는 연동 계획으로 정책 대응에 따라 채무 수준이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는 2023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을 61.0%로 전망했지만 최종 실적은 50.5%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인 바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GDP 대비 부채비율의 높고 낮음 보다는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부채 전망치는 IMF 선진국, G20 선진국, G7, EU 등 주요 선진국 그룹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들 국가는 대부분 기축통화국으로, 한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축통화국은 통화를 풀어도 해외로 분산되지만, 한국은 원화가 국내에 머물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빚은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지르며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명목 GDP는 연평균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앙·지방정부 채무를 뜻하는 국가채무는 846조6000억원에서 1304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9.0% 늘었다. 채무 증가 속도는 명목 경제성장률의 약 1.7배 수준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 정책이 앞서가면 통화 정책이 뒤따르며 수습하는 구조가 된다"며 "재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는 2018년 51.6%에서 2023년 45.9%로, 스웨덴은 39.9%에서 31.8%로 낮아졌다. 포르투갈과 그리스도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을 각각 121.1%에서 97.7%, 189.6%에서 165.2%로 줄였다.
염 교수는 "정부 지출을 늘리면 돈이 풀리고, 그 돈이 국내에 남아 물가를 올린다"며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투자도 위축되며 대출 상환 부담도 커져 경제 전반의 고통이 커진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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