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시간만 3.5일, 줄 건너뛰는 ‘급행료’ 한 달 새 100만→400만달러로 4배 폭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아시아행 에너지 물길 우회… 가뭄 사태 이후 최악의 병목

파나마 운하청 “경매가는 시장 수급 반영한 일시적 현상”… 선사 간 통행권 확보 전쟁

중동의 전운이 세계 물류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머나먼 중미 파나마 운하가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면서 병목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우회로를 찾는 선박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새치기 비용’은 무려 400만달러(약 59억원)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여파로 파나마 운하의 통행량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파나마 운하 입구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유조선과 가스 운송선, 화물선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진입에만 평균 3.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3~2024년 기록적인 가뭄으로 통행이 제한됐던 시기 이후 가장 심각한 정체 수준이다.

물류 대란의 도화선은 지난 2월 말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폐쇄하면서 당겨졌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원유와 천연가스 보급로가 막히자 글로벌 공급사들은 대체 경로인 파나마 운하로 기수를 돌렸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았던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에너지 자원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미국발 물동량이 급증한 것이 혼잡을 부추겼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선사들 사이에서는 시간을 사기 위한 ‘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은 대기 줄을 건너뛰기 위해 경매에서 400만달러의 낙찰가를 써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초만 해도 100만달러를 밑돌던 급행료가 한 달 만에 4배 폭등한 셈이다. 이 비용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정규 통행료와는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이다.

파나마 운하청(ACP)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근 낙찰된 경매가는 일시적인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결과일 뿐, 운하청이 설정한 공식 수수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러한 경매가는 개별 고객의 시급성, 글로벌 수급 상황, 운임 및 연료 가격 변동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82km의 파나마 운하가 중동 전쟁발 물류 파동의 새로운 ‘화약고’가 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배. 로이터=연합뉴스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배. 로이터=연합뉴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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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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