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쏟아지는데 대화라니… 레바논 ‘선 휴전’ 고수에 회담 불발

“34년 만의 해빙” 물 건너가나… 체면 구긴 트럼프 ‘중재 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상 간의 역사적 접촉이 레바논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정상의 대화를 대대적으로 예고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레바논 내부의 정치적 압박과 선(先) 휴전 원칙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현지 뉴스 채널 LBCI는 아운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에게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복수의 관리들을 인용해 레바논 측이 주미 대사관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미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카타르 알아라비 TV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직접 전화를 걸어 아운 대통령 설득에 나섰으나 마음을 돌리는 데 끝내 실패했다. 아운 대통령의 거부 배경에는 레바논 내부의 복잡한 정치 지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매체 알모돈은 시아파 세력의 수장인 나비 베리 의회의장이 통화 거부를 강력히 조언한 것으로 알러졌다. 헤즈볼라와 동맹 관계인 드루즈파 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 역시 대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보도했다.

아운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직접 협상에 앞서 휴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대화의 전제 조건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양국 정상이 대화를 나눈 지 34년이나 됐다. 내일 회담이 열리는 것은 멋진 일”이라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숨통을 트일 공간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다만 아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별도 통화에서는 “이스라엘과 휴전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며 미국과의 채널은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 간 대화가 불발된 가운데 현지의 전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와 동부에 대규모 폭격을 가해 최소 11명이 사망했으며, 전략적 요충지인 리타니강의 마지막 다리마저 파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며 레바논 남부 보안 구역을 시리아 국경 인근인 동쪽까지 확대하라고 군에 지시하는 등 강경 태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 EPA 연합뉴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 EPA 연합뉴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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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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