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토스 직접 진출…신한·하나·농협은 제휴로 ‘우회 경쟁’

‘0원 요금제’ 시대 저물고…금융 연계 할인·우대금리로 전략 전환

가입자 1000만 시장 재편…중소 사업자 압박 속 규제 논쟁 지속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은행권의 알뜰폰(MVNO) 사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파격적인 가격 정책에서 벗어나 자사 금융 서비스와 통신을 엮는 결합 혜택 중심의 2라운드 경쟁이 막을 올리며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2라운드'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리브엠)'과 우리은행의 '우리WON모바일', 핀테크 강자 토스가 직접 알뜰폰 사업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맹활약 중이다. 신한, 하나, NH농협은행 등은 중소 알뜰폰 업체와 제휴를 통해 맞춤형 결합상품을 쏟아내며 우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초기 금융권의 알뜰폰 경쟁 양상은 단순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0원 요금제' 등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 동원되며 출혈 경쟁이 이어졌다. 선발주자인 KB리브모바일이 시장 안착에 성공하며 출범 5년 만인 2024년 가입자 40만명을 훌쩍 넘기며 메이저 사업자로 도약했다. 금융 서비스와 연계한 요금 할인, 데이터 혜택 등이 가입자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장이 일정 수준 포화 단계에 접어들자 이러한 전략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가입자 유치 비용이 급증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알뜰폰 경쟁의 중심축은 '금융+통신 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들은 급여 이체, 카드 사용 실적, 예·적금 가입 등 금융 거래와 연계해 통신비를 할인하거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 요금 인하가 아닌 고객의 금융 활동 전반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이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통 3사 자회사와 금융권 등 대형 사업자의 점유율은 이미 절반을 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향후 대기업 계열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규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은행권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 부문에 있어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신 산업을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업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 간 정책 경계가 맞물리면서, 규제 형평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통신 요금 절감뿐 아니라 금융 혜택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혜택 구조가 복잡해 실제 체감 이익은 개인의 금융 이용 패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자생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무한 요금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며 "이제 알뜰폰 시장의 진검승부는 누가 더 싸게 주느냐가 아니라 누가 자사 금융 생태계에 고객을 더 잘 묶어두느냐에 달렸다. 통신과 금융의 융합 패권을 쥔 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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