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무버는 더 싼 걸 찾아도, 향수는 아무거나 뿌릴 순 없죠."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빨리 소모되는 식료품이나 화장품은 '초가성비' 상품을 구매해 지출을 최소화하고, 향수 등 남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상품은 '초럭셔리'를 택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한쪽에선 일반 상품보다 20~30% 싸게 파는 일명 '못난이' 식재료, 5000원 이하 다이소 화장품·영양제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데, 또 다른 한쪽에선 수천만원대 침대, 럭셔리 주얼리, 고가 니치향수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에선 '맛난이'(홈플러스 못난이 식재료 브랜드) 감자의 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00% 이상 늘었다. 컬리의 못난이 채소 브랜드 '제각각'의 3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5000원 이하 초저가 다이소 화장품, 패션,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다이소 뷰티, 의류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70%씩 성장했고, 이에 힘입어 지난해 아성다이소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4조536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국내 매출(4조4985억원)을 추월한 수준으로, 업계에선 올해 다이소 매출이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소의 뷰티, 의류 매출 신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3월 누적 뷰티,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180% 신장했다.
특히 고가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5000원짜리 바람막이, VT코스메틱의 '리들샷' 등은 품절템이 됐다. 기존 50개 묶음 3만~4만원대의 제품을 17개 묶음으로 바꿔 5000원에 선보인 건강기능식도 다양한 연령대에서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초가성비 식재료, 화장품, 건기식에 구매가 몰리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고가의 명품 패션·주얼리, 프리미엄 가구·침구, 니치향수 판매가 급증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의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 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543억원, 5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35.1%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 코리아의 매출은 16.7% 증가한 1조1250억원으로 집계됐고, 샤넬코리아는 매출 2조130억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3월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56.7% 증가하며 명품 전체의 신장률을 견인하고 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에선 프리미엄 유아용품(유모차 등) 매출이 65% 증가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향기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가의 해외패션 브랜드, 니치향수도 매출도 증가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메모파리, 엑스니힐로 등 니치 향수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고,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섬도 3월 해외 수입 브랜드 매출 신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침대 구매도 이어지고 있다. 시몬스의 1000만~3000만원대 '뷰티레스트 블랙'은 지난 2022년 처음으로 월평균 200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2023년 월 300개에서 올해 3월 처음으로 월 500개 판매고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지속되면 이런 소비 시장의 양극화 트렌드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소모 주기가 빠르고 겉보기가 중요하지 않은 제품에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제품 구매에 힘을 주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를 드러내는 '상징적 소비'에 지출을 집중하는 패턴이 뚜렷지고 있다"며 "숙면처럼 생활의 안락함을 좌우하고, 니치향수처럼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며 스스로를 대접하는 '감정적 소비'에도 지출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