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3월 수입물가 16% ↑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상승
신현송 "성장보다 물가 관리 최우선"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며 수입물가가 28년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9개월째 이어진 상승세 위에 3월 들어 이례적인 급등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가계와 기업 전반으로 물가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유가 가격 억제 정책으로 국제 가격과의 괴리가 벌어지는 점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억눌렸던 물가 상승분이 향후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3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6.1% 급등하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진 상승 흐름이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배럴당 68.40달러에서 3월 128.52달러로 87.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1449.32원에서 1486.64원으로 2.6% 상승하며 물가 오름세를 키웠다. 원유 수입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1974년 1월(98.3%) 이후 51년 2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에너지발 충격이 두드러졌다. 원재료 가운데 원유 등 광산품은 44.2% 급등했고, 세부적으로 원유 수입물가는 88.5% 치솟았다. 나프타(46.1%)와 제트유(67.1%) 등 주요 에너지 제품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간재 역시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지며 생산 전반의 비용 압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수입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며 소비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문희 한은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장은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은 중동전쟁 전개 양상과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엔 고유가나 원재료 공급 차질의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등 억제 중심의 물가 대책을 둘러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 현물 가격은 리터당 809.17원에서 1219.7원으로 50% 급등했으나 국내 정유사의 공급 가격 평균값은 약 911.31원에서 1121원으로 6%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상승 폭 차이로 인해 국내 정유사들이 떠안은 부담은 최대 1조8000억원(휘발유 약 3200억원, 경유 1조5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가격과의 괴리는 결국 나프타 수급 차질 등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압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당분간은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공급망의 어려움 그리고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다. 이를 상수로 두고 현재의 비상 대응 체제를 더욱 확고하게 다져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차기 통화정책 수장으로 지명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물가 대응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신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성장과 물가 간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상충되면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일시적인 충격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오래 지속돼 물가에 반영되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고 한다면 그때는 반드시 통화 정책의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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