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청취 않고 미국行 이례적 결정

당 공천은 계속 혼란인데 당대표는 해외

尹내홍도 제대로 못 걷어내서 계파 분열

10%대 지지율서 차기 당권 때문에 간다는 지적도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갈라파고스화는 표준에 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를 구축하는 양상을 뜻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상황에서 돌연 미국으로 떠나며 민심과 단절된 모습이 갈라파고스를 연상시킨다.

제1야당 사령탑이 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청취하지 않고 미국행을 택한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역대 선거를 되짚어봐도 당 대표가 해외로 떠난 사례는 없다.

특히 장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현 시점 국민의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와 경북조차 흔들리고 있다. 선거 현장을 뛰고 있는 후보들은 당 색깔인 빨간색을 버렸다. 장동혁이라는 이름 석자도 차마 부끄러워 입밖에 내지 않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독자 선거대책위원회 구축을 고심하고 있고, 공천배제(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장 대표가 제안한 재보궐출마는 거절하고 대구시장 경선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이 진행 중이다.

장 대표가 제명한 한동훈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에 출마를 선언했고, 이 지역에 국민의힘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배현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탈당 권고 중징계는 모두 법원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망신을 당했다. 이로 인한 갈등의 심화는 덤이다.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이 붕괴되고, 지방선거 참패가 예상된 상황에서 미국으로 떠난 것도 모자라 희희낙락하는 장 대표의 모습에서는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 대표는 미국과 공조를 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하고 있지만, 장 대표가 만나는 단체와 사람들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맞닿아 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얻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6·3 지방선거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이미 지방선거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마음은 벌써 당권 지키기에 가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을 찾고, 선거 패배에도 당권을 유지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망가지든 말든 당내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음에도 낮은 자세로 전국을 훓고 있다.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전국 민생 현장 간담회에 나서는 등 생홟밀착형 공약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보다 먼저 후보를 확정하고, 먼저 민심의 바닥을 휘젓고 있다. 앞서가는 정당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중인데, 참패가 예상되는 정당의 당 대표가 한가하게 장기간 미국으로 떠나고, 그것도 모자라 마치 여행객처럼 환한 웃음으로 기념사진이나 찍는 행태는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장 대표를 필두로 한 당권파들은 민심과는 담을 쌓고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있다. 민심과 단절된 섬, 당심과도 거리가 멀어지는 섬, 장 대표와 당권파들은 한국 정치 역사에서 전례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갈라파고스의 전형으로 기록될만하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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