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北, 러에 무기 제공 등으로 18조 수입 추정”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형성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미국의 대북 외교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 석좌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에서 열린 대담을 통해 북·러 동맹이 초래한 전례 없는 위협을 분석하고, 향후 한·미·일이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차 석좌는 우선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미사일, 병력 및 노동자를 파견하며 벌어들인 경제적 이익이 최소 96억4000만달러에서 최대 122억5000만달러(약 14조2000억~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미사일과 지상군의 실전 경험을 쌓는 동시에, 러시아의 재투자를 통해 군수품의 질과 양을 전쟁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이 같은 자금력과 물자 확보는 북한의 협상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졌다. 차 석좌는 “러시아와 밀착으로 물자 수요를 충족한 북한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나 한국의 이재명 정부와 협상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적 초점도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북·러 및 북·이란의 군사 협력을 저지하는 당면 과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잠수함 능력이 고도화되어 미국 본토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란과의 연대 가능성도 주요 변수다. 차 석좌는 “미 정부 발표와 달리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고 이란은 이를 재건하려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북한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이란보다 훨씬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란처럼 가서 시설을 폭격할 수 없다. 모든 시설의 위치를 모르고 벙커버스터로 모두 완파할 수 없을 만큼 깊숙한 곳에 있을 수 있으며 사실상 핵무기 국가”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미 정부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ICBM으로 미국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만큼 군사적 옵션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영향력 약화도 새로운 딜레마로 꼽혔다. 차 석좌는 북·러 협력으로 인해 중국의 북한 통제권이 사라졌으며, 이는 서방 국가들에게도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란의 핵 재건이나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과 달리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안으로 차 석좌는 지속적인 외교 시도와 더불어 정보전을 통한 북·러 관계 이간질을 제안했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소련 또는 중국과 같은 주변 강대국에 말려들거나 꼼짝 못 하게 될까 극히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가속화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 자산의 연계와 합동 훈련, 요격기 공동 생산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하며, “일본은 강력한 총리를 세웠고 한국은 향후 2년간 큰 선거가 없으며 미국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대통령이 있으므로 지금이 바로 그 기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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