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바브엘만데브 해협 폐쇄 시 원유 수출길 전면 마비”

이란측 “바브엘만데브를 호르무즈와 동일시”… 후티 실력 행사 가시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른바 ‘역(逆)봉쇄’ 조치를 중단하고 이란과의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강경책이 이란을 자극해 또 다른 핵심 해상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아랍권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미국의 압박 조치에 따른 연쇄적인 해상 물류 마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자들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가 지속될 경우 이란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동원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폐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가 지난 5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호르무즈와 동일하게 본다”고 언급한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눈물의 문’으로 불리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예멘과 아프리카 사이의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현재 상황에서 사우디 원유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우디는 전쟁 발발 이후 걸프만 라스 타누라 시설의 수출 물량 상당 부분을 홍해 얀부항으로 돌려 처리해 왔다. 하지만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점거할 경우, 홍해 우회로를 통해 확보한 하루 700만 배럴의 원유 수출길마저 완전히 차단될 위기에 놓인다. 후티는 이미 해당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며 실력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과의 협상 결렬 이후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13일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해상봉쇄를 단행했다. 이는 이란이 개전 이후 시행해온 봉쇄에 맞불을 놓은 ‘역봉쇄’ 성격이지만, 사우디 등 주변국들은 이것이 오히려 이란의 추가 도발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AP=연합뉴스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AP=연합뉴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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