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결과는 특히 충청권에서 충격적이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수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대전과 충남, 충북 광역단체장 모두를 야권에 넘겨줬다. 당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이전이었는데도 이명박 정부의 기업도시 추진에 반발하는 충청 민심은 거셌다. 기초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나라당 시장·군수 후보들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엷은 지선에서 특정 이슈가 이처럼 폭발력을 발휘한 경우는 드물었다.
제9회 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가 세종시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안정론과 심판론이 부딪히곤 하는 전통적인 선거 구도와 달리 어느 후보가 행정수도 관철의 주역이 되느냐가 쟁점으로 부상한 양상이다. 그러다보니 선명성 경쟁이 한창이다. 행정수도 명문화와 국회·대통령 집무실 이전,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등을 담은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빨리 처리하라는 요구다. 행정수도에 관한한 그동안 ‘희망 고문’을 받아왔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후보들로선 마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국민의힘 최민호 세종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13일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향해 ‘범정치·범시민 추진연합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이유로는 “정체된 행정수도 완성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를 들었다. 1주일 가까이 이어가는 ‘세종종주 100㎞’ 행군을 잠시 멈추고, 회견장에 섰을 만큼 절박한 인식과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행정수도 명문화가 개헌안에 담기지 않았다”며 이재명 정부를 향한 날선 공격을 빼놓지 않았다.
‘이춘희 원팀’과 ‘조상호 후보’ 간 치열한 양자대결로 재편된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결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오늘날의 세종시가 만들어지기까지 나름의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14일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두 차례 시장을 지내면서 세종시의 철학과 비전을 가다듬고 틀을 만들어온 점에 비춰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실무형 설계자’로 불리는 조 후보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산업중심 도시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만이 행정수도로 가는 핵심 연결고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누가 후보가 되든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보다 구체적 카드를 내놓을 전망인데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후보(국회의원·비례대표)는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세종 시민의 염원을 담은 ‘시민 서명운동’ 등 6가지 실행 계획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한 대국민 호소와 지도부 압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자신이 주관해 강준현·김종민·복기왕 의원과 긴급토론회를 열고 4월 국회 내 조속한 관철 의지를 다졌다.
선거를 50일 앞둔 가운데 행정수도에 함몰돼 공약이나 정책이 물밑으로 들어간 건 아쉽다. 세종시는 출범 이후 신도시와 농촌지역의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난제다. 앵커 기업은커녕 도시를 먹여 살릴만한 기업 유치에도 한계를 보여 왔다. 사실 그동안 시장 후보들이 여러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건 아니다. 행정수도 투쟁뿐 아니라 민생을 보듬고 지역을 살찌울 구체적 비전 경쟁이 병행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때다. 선거전에서 정책 경쟁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특별법이 처리돼도 무늬만 행정수도가 되고 만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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