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봉쇄 전엔 中으로 가는 유조선은 무사통과
봉쇄 첫날 중국행 유조선 2척 美군함 보고 회항
中 역봉쇄 조치에 대해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
美, 다음달 트럼프 방중 카드 갖고 中 압박 중
中 군함 파견 시 미국과 해상 대치상황 될 수도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단행한 ‘해상 봉쇄령’이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카드라는 해석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3%가량 된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쟁 초기만 해도 중국행 유조선은 비교적 큰 제약 없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트럼프의 역(逆)봉쇄 조치가 본격화된 후 곧바로 운송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중국이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동전에 발언을 삼가거나 원칙만 강조했던 중국 정부는 태도가 돌변했다. 14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에 대해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역봉쇄 관련 질문에 “당사국들이 이미 임시 휴전에 합의한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봉쇄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갈등을 격화시키고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는 취약한 휴전 국면을 훼손하고 해협의 항행 안전에도 추가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면적인 휴전과 전쟁 중단이 실현돼야만 해협 정세 완화를 위한 근본적 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역봉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원유 수급에 큰 차질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은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국으로부터 시가보다 최대 50% 저렴한 원유를 꾸준히 들여오며 에너지 비용을 낮게 유지해왔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중국의 저물가를 지탱해온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봉쇄가 시작된 첫날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군함이 배치된 해역에서 중국행 유조선 2척이 이를 포착하고 회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와 CBS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선박들은 아랍에미리트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던 중 제재를 우려해 항로를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봉쇄 조치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면서도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원유 소비 중 약 13%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며, 여기에 러시아·베네수엘라산 저가 원유까지 더해 비용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베네수엘라산 할인 원유 공급이 중단되고 러시아산 제재 환경이 변화한 상황에서 이란산마저 차단될 경우 중국은 에너지 비용 급등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의 이면에는 동아시아 에너지 시장 주도권 확보라는 목표가 있다”며 “미국이 이란을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정유제품 가격이 반등하고 재고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자 중국 정부는 상업용 비축유 방출까지 허용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역봉쇄 이전엔 한발짝 비켜나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립노선을 유지했다. 다음 달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이번 봉쇄 조치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에너지 이해를 직접 겨냥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봉쇄가 길어질수록 중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성사될지 여부 역시 이번 사태의 향방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문제는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다. 에너지 수송 차질이 누적될 경우 중국은 인내심에서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진량샹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될 경우 중국의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선박 보호를 위해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테헤란대 조흐레 하라지 부교수는 “중국이 해상 호위를 위해 군사력을 투입할 경우 미·중 간 직접 대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해상 봉쇄는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을 압박해 협상 구도로 끌어들이려는 ‘이중 목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 파장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국제정치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역시 유가 상승과 물가 부담이라는 역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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