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은행 하반기 1.8조 시범 운영

매출·상권 등 AI로 ‘성장등급’ 산출

연체율 상승에 실효성에는 의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은행들이 소상공인의 매출과 상권, 온라인 활동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반영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금융 이력과 담보 위주의 보수적 심사로 성장 초기 소상공인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부담이 커지면서 SCB가 핵심 기준이 아닌 '보조 지표'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SCB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SCB는 매출, 상권, 업종, 온라인 활동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모형이다. 기존 개인 신용평가(CB)에 성장등급(S)을 결합해 산출되며 성장성이 높게 평가될 경우 대출 한도 확대와 금리 우대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 적용된다.

시범 적용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제주은행 등 7개 은행이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출에 SCB를 우선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사별 특화 모형을 고도화하고 오는 2028년까지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제도 도입은 기존 신용평가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의 95%를 차지하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의 약 90%가 여전히 담보·보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매출이 늘어도 신용등급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 인해 성장 초기 사업자의 금융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당국은 SCB가 정착될 경우 연간 약 70만명의 소상공인이 추가 대출이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대출 공급 규모는 약 10조5000억원, 금리 인하 효과는 약 84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도 SCB 활용 방식을 각사의 여신 전략에 맞춰 세분화하며 현장 적용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기존 상품과 우대 심사 체계에 SCB를 연계해 금리와 한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성장등급이 높은 차주의 신용등급 상향까지 검토하며 적용 범위를 넓히고, 우리은행은 약 3000억원 규모의 신규 개인사업자 대출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자체 신용평가와 SCB를 병행해 정책금융과 포용금융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제주은행도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해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모형과 SCB를 결합, 지역 소상공인의 사업 가능성을 정교하게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효과를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SCB가 아직 내부 신용등급이나 핵심 리스크 지표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 구조인 데다 실제 적용 역시 금리나 한도 조정에 활용되는 보완 지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SCB를 기존 신용등급을 대체하기보다 금리나 한도 조정에 활용하는 보완 지표로 적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에는 승인율 자체를 크게 바꾸기보다 일부 우대 조건을 적용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며 "실제 영향력은 데이터 축적 이후에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건전성 지표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0.71%로 0.08%p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대출 확대가 맞물릴 경우 은행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안착을 위해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 SCB 활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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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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