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활동참가율 발표
2030남성 25년간 7.6%p 떨어져
산업구조 변화도 취업 감소 한몫
“기술 교육 등 고용 진입 도와야”
최근 우리나라 2030 남성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며 청년층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고령자 계속 고용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신규 진입로마저 좁아진 영향이다. 이에 노동공급의 주체가 다양해지는 긍정적 변화 이면에서 타격을 입은 청년 남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학력 여성과 경쟁 심화… “OECD 주요국 중 가장 가팔라”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청년층(25~3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지난해 82.3%로 7.6%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4%에서 77.5%로 25.1%p 급증하며 대조를 이뤘다.
우리나라 남성 청년의 참가율 추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2024년 기준 OECD 평균 남성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은 90.6%에 달하지만 한국은 82.6%에 그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고학력 여성의 노동 공급 확대에 따른 경쟁구조 변화’를 지목했다. 실증 분석 결과 1991~1995년생 4년제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기준 그룹(1961~1970년생) 대비 15.7%p나 급락한 반면 동년배 여성은 오히려 10.1%p 상승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전문직 일자리에서 여성 취업자는 남성과 거의 1대1 비율에 도달했고 사무직에서는 여성이 남성 대비 113.8%로 남성 취업자 수를 역전했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지난 20여년간 청년층 내에서 특히 4년제 이상 학력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 구조가 변화했다”며 “이러한 경쟁 압력이 남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지연 아닌 ‘장기 이탈’… 구직 단념한 ‘쉬었음’ 청년 급증
문제는 단순한 경쟁 심화를 넘어 남성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사실상 ‘쉬었음’과 장기 ‘취업준비’ 인구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경제활동참가율 하락폭을 세부 연령별로 분해한 결과 25~29세의 경우 쉬었음이 4.8%p, 취업준비가 4.0%p 증가했고 30~34세에서도 쉬었음 3.7%p, 취업준비 2.0%p의 증가폭을 보이며 참가율 하락을 주도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과도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미국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의 고학력화와 가사·육아 참여 증가가 하락을 주도해 향후 경제활동참가율이 다시 회복될 여지가 있다.
반면 한국은 좁아진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아예 노동시장 밖에 머무르는 청년이 늘고 있다. 노동시장 진입의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탈’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험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윤 과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과거부터 고학력화가 진행돼 온 데다 경제활동인구조사상 육아휴직 중인 남성은 취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육아 참여 확대가 참가율 하락 요인으로 잡히지 않는다”며 “결국 쉬었음과 취업준비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진 것은 한국만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AI·고령층에 뺏긴 신규 일자리…“노동시장 구조 개선 시급”
여기에 ‘고령층의 고용 연장’과 ‘AI 기술 확산’이 엔트리 레벨(신규 진입) 일자리를 옥죄는 이중고로 작용했다. 2004~2025년 사이 고령층 고용률은 12.3%p 높아졌는데 이 상승분의 103.6%가 청년들이 선호하는 관리자·전문직 등 고학력 일자리에 집중됐다.
더불어 챗GPT 출시(2022년 11월)를 전후로 최근 4년간 15~29세 청년 일자리 25만5000개가 감소하면서 무려 25만1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이번 분석 결과가 ‘과거 남성 중심의 노동시장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전체 노동공급의 제로섬(zero-sum)적 재분배로 끝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여성과 고령층 참여가 많아지며 노동 공급 소스가 다양해진 것은 전체적으로 생산성과 매칭 효율성을 높이는 더 좋은 균형(Equilibrium)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 진입로가 위축되며 타격을 받은 청년층의 문제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고민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 과장도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일자리의 제로섬적 재분배로 귀결되지 않아야 한다”며 “단기 청년 지원책에 그치기보다는 정규직 고용보호의 과도한 경직성을 완화하고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기술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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