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의 '형식적 의결권 행사' 관행에 다시 한 번 제동을 건다. 제도 개선 이후 지표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주주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의 수탁자 책임 강화를 위해 의결권 행사·공시 전반과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를 점검한다고 14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결권 행사 내역을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공·사모 자산운용사 500여곳이다. 공시 기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이번 점검에서는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의 충실한 기재 여부 △내부지침 공시 △공시서식 작성 기준 준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특히 '펀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음',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인 사유로 의결권을 일괄 불행사하는 관행을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올해는 공모운용사 77곳을 대상으로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 구축 여부도 별도로 점검한다. 의결권 행사 기준과 내부 의사결정 절차, 이해상충 관리 체계 등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한 조직·인력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앞서 2023년 10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하고, 의결권 행사 내역 점검과 CEO 간담회 등을 통해 운용사의 책임 강화를 유도해왔다.

이 같은 조치 이후 일부 지표에서는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의결권 행사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하거나 일괄 불행사하는 등 불성실 기재 비율은 2024년 96.7%에서 2025년 26.6%로 크게 낮아졌다.

내부 지침 공시도 확대됐다.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 공시 비율은 같은 기간 55.8%에서 79.1%로 상승했다. 가이드라인 반영 비율도 18.6%에서 59.3%로 개선됐다.

공시서식 작성의 정확성도 일부 나아졌다. 의안명·유형, 대상 법인과의 관계 등 주요 항목에서 기재 오류 비중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충실한 의결권 행사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보완할 부분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점검과 자체 개선을 통해 항목별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 결과를 6월 말 발표하고 7월 중 운용사 간담회를 통해 모범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자산운용사의 충실한 의결권 행사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d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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