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도 휴전인데, 對이스라엘 SNS참전한 李
ICBM보다 빠른 국가원수 메시지彈…퇴로 소실
‘아동·고문·이란戰’ 번지수 다 틀린 가짜뉴스에
한국대통령 권위 빌려줘…비판엔 “매국노” 낙인
“보편적 인권?” 이란 시위대 학살과 인간방패는
北정권 침략 부정·인권결의 적반하장엔 뭐했나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 우리가 문제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별안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쐈다. 외교당국 아닌 국가원수가 직접 600만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상기시키며 날린 메시지탄(彈)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빠르게 당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주 휴전’에 공감해 대(對)이란 정권 공습을 멈춘 지 약 사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에 없던 전선(戰線)을 펼쳐놨다.
이 대통령은 ‘Jvnior’라는 X 계정의 글과 영상을 공유했다. 계정주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 하마스 지지자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고문한 뒤 지붕에서 던져버렸다”는 그의 말은 한국 대통령 권위를 업고 유통됐다. 실제 영상은 2024년 9월 19일 ‘가자 전쟁’ 도중 IDF 특수부대원들이 사살된 하마스 대원을 건물에서 밀어 떨어뜨린 장면. 백악관도 비판하고 IDF 당국도 조사후 ‘시신훼손 불용’을 재확인한 일이었다. ‘아동, 고문, 이란전쟁’ 번지수가 틀렸다.
이 대통령은 다시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돼야”, “이스라엘 측의 관련 조사와 조치도 이뤄졌다고 한다” 등 언급을 남겼다. 반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 유대인 학살을 하찮게 여긴 발언”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고(unacceptable), 강력한 규탄(condemnation)을 받아 마땅하다”고 대응했다. 대통령을 가리켜 ‘팩트체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최고지도자 군사조직), 하마스, 헤즈볼라(레바논 내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의 민간인 살해 잣대를 캐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받아쳤다. ‘맹방의 맹방’끼린데, 최고권력이 나선 데다 적대국 수준 규탄이 돌아왔다. 외교라 부르기엔 ‘퇴로’가 없다. 이 대통령은 12일엔 “정치와 언론”을 향한 “매국노, 매국 행위” 낙인으로 비판을 차단했다. 그 와중 ‘반미’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이스라엘 학살을 비난했단 국적불명 유사언론 계정 영상을 공유했다가 지웠다. 룰라는 이스라엘의 전쟁을 유대인 학살에 빗댄 원조다.
‘Jvnior’로 돌아가자면, 그는 ‘히틀러가 네타냐후보다 나은 지도자’에 몰표를 준 설문을 올리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인신비방과 함께 영부인 성노예설도 유포하고 있다. 튀르키예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대(對)이스라엘 참전 발언도 퍼뜨린다. 지난 2월엔 북한 김정은이 이스라엘 보복전쟁과 핵공격 의지를 말했다는 가짜뉴스를 띄웠다. 이런 오염된 메신저에 한국 대통령이 권위를 빌려줬다. 차라리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이 미-이란 휴전을 흔든다는 국제사회 비판에 동참했으면 잡음이 적었을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뒤늦게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보편적이라기엔 ‘인권 편식’에 가까워 보인다. ‘전쟁도 아닌데’ 만단위 민간인이 생활고를 호소하다 지배권력에 죽임을 당한 일을 정부가 논한 적 있나. “시신을 담을 자루가 바닥나자 구급차 대신 18륜 트레일러가 동원됐다”. 미국 타임지(誌)가 지난 1월 8~9일 이틀간 이란 반정부시위대 최대 3만명이 보안군에게 사살됐을 가능성을 보도하며 인용한 보건부 고위관계자 언급이다.
이란 강경파가 지난 1월 21일 신정(神政)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 보고하고 발표한 사망자 수 3117명과는 10배 차이다. 신정체제 저항성향 ‘이란인터내셔널’은 1월 하순 이란 내무부와 최고국가안보위(SNSC) 소식통을 인용해 IRGC 정보기관이 SNSC에 제출한 보고서에 전국 400개 이상 도시·마을에서 시위대 3만6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매체는 IRGC 당국이 발표한 ‘3117명’은 수년간 보건·경제·시위 관련 통계에 반복 등장한 1039의 배수란 의혹도 제기했다.
1월 반정부시위는 국내 언론도 “피의 진압”이라고 생중계 보도했다. 시위 무렵부터 이란 당국은 인터넷망을 전역 차단 중이다. 이란 경찰당국은 휴전 이후인 12일 “매국노” 50명을 16개 주에서 간첩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고 관영통신을 통해 알렸다. 법령 강화로 공포·허위정보를 온라인 유포하거나 공습 피해현장을 촬영만 해도 사형·몰수형에 처해진단 게 이란 사법부의 방침이다. “기소장만 200건 이상” 이슬람혁명재판소는 생존 시위대도 처형 중이다. 정치범수용소인 에빈 교도소 운영도 그치지 않는다.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전 이란 왕세자는 세계 각국을 접촉하며 ‘4만명 학살’에 정권교체를 호소하지만 ‘K-정치’는 “보편적 인권”으로 호응한 바 없다. 군시설과 민간인 거주구역을 밀착시킨 이란 지도층이 트럼프의 발전소·교량 폭격 압박에 ‘인간 사슬’을 동원한 건 인도적인가. 권력과 주민이 괴리된 사례론 북한 인권도 뺄 수 없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 61차 회의에서 북한 정권의 조직적 인권침해 규탄 결의안을 24년 연속 채택했다. 정부는 ‘고심 끝에’ 공동제안국 동참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초기단계부터 외무성이 반발해 “악의적인 행태는 반드시 계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서해수호의날 ‘북한에 천안함 폭침 사과를 받아달라’는 장병 유족엔 “사과하란다고 사과를 하겠나”라고 했던 이 대통령이다. 그는 6일 민간인 무인기로 돌연 ‘대북 유감’을 표했다. 북한 2인자였던 김여정이 6일 담화로 “솔직하고 대범”하다며 호응했다. 그러나 7일 장금철 외무 1부상이 “김여정 부장은 며칠 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조작된 그 무슨 결의’에 대한 언급을 하는 와중에 한국을 동네 개들이 짖어대니 무작정 따라 짖는 비루먹은 개들이라 평했다”고 청구서 내밀듯 했다. 이스라엘군이 사용 의혹을 받는 백린탄과 쌍벽인 ‘악마의 무기’ 집속탄을 쐈다고 9일 북한군은 자랑했다. 정말 며칠 안됐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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