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시행 1달…국제가격과 괴리 ‘누적’
정유사 부담 산술계산 1조8000억원
정부, 4·5월 버틸 수 있다지만…“장기화 어려워”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한달을 지나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국제 가격과 국내가격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원유수급도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원유수급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어 정유사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개전이후인 지난달 2일부터 지난 4월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의 평균 현물 가격은 리터당 1219.7원을 기록, 개전 첫날(809.17원)과 비교해 50% 급등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개전 직후인 3월 1주차 (약 911.31원)부터 4월 2주차 (약 1121원)까지 석유제품 공급 가격의 평균값(약 971원)이 6%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 차이가 평균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국제 시세와 동떨어진 휘발윳값 책정으로 정유사의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실제 각 정유사별 손해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정유사들은 휘발유는 리터당 최소 118.12원, 경유는 최대 1103.21원 싱가포르의 국제 석유제품 가격보다 불리하게 국내에 공급했다.
지난해 3월과 4월 휘발유 국내 소비가 약 830만배럴, 경유가 약 1340만배럴이었다는 점과 국내 정유사가 최고가격제를 적용하면서 월간 반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정유사가 국제 가격보다 불리한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면서 받은 부담은 최대 1조8000억원(휘발유 약 3200억원, 경유 1조52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원유가격은 2~3주차 시차를 두고 반영돼 3차 최고가격제로 인한 부담이 어느때보다 클 전망이다. 3주 전인 3월 23일은 두바이유 원유가격이 배럴당 169.75달러로 최고가여서 국제 가격과 격차도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마지막 배가 3월 20일에 도착, 원유 수급 절벽이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
하지만 3차 최고가격제의 시행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는 이미 둔화한 상황이다. 이날 오후 2시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국 평균 1995원, 서울 평균 2026원으로 전날에 비해 2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4일동안 전국은 10원, 서울은 4원 상승한 것이다.
정부는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예비비 4조20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시켰으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돈으로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6개월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목적 예비비 4조2000억원을 잡았다”고 말한바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의 호르무즈 역봉쇄가 시작되면서 정유업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현재 정유사들은 중동산 두바이유의 대체유로 전 세계에서 기름을 구하고 있지만 4월 원유수급 절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체유로 중동산 다음으로 비중이 큰 미국 서부텍사스산유(WTI)가 거론되지만, 더 긴 운송거리 등 물리적 제약으로 3월에 계약한 원유도 5월에나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유가가 상승하면 기름 구하기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들이 처한 상황은 이미 계약된 가격이 있는 정기선이 아니라 용선(빌려쓰는 배)을 구해야 하는데, 이미 용선료가 많이 올랐고 배를 구하더라도 빨리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일각서 나오는 비축유 스왑 이야기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가격 괴리는 후방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 석유화학 회사의 경우 나프타 수급 현황과 관련해 이틀에 한 번 꼴로 비상경영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값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수요가 몰린 탓이다. 석유화학 회사들은 다른 트레이더가 구매한 나프타를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일단 구매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중국도 원유 수급에 타격을 받은만큼, 중국이 원유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정부가 최근 추경 예산에 8691억원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기로 했으나, 역부족이라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 화학 업계가 크게보면 9개사인데, 한 회사당 700억원 근처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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