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총량 ‘급제동’… 은행 수익성 직격탄 우려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2금융권 ‘풍선효과’ 확산

은행별 ‘핀셋 규제’에 시장 왜곡·소비자 혼란 커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의 경영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가계대출 파이가 사실상 '캡'(Cap·상한선)에 묶여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 위축이 불가피해진 데다,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리는 금융시장 왜곡 현상마저 뚜렷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2026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을 1.5%로 제시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비중이 압도적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선도적으로 이보다 낮은 1% 안팎, 일부는 0.7% 수준까지 자체 관리 목표를 낮춰 잡은 상태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5대 은행이 올해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연간 약 6조45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월평균 약 5400억원의 신규 대출만 가능한 셈이다.

지난해 월평균 신규 대출액(약 6300억원) 대비 15%가량 급감한 수치다.

당국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배경에는 펀더멘털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88.6%에 달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은행들의 수익성 방어 전선이다. 시장금리 하락 국면과 맞물려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자산(대출) 성장마저 인위적으로 제한되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돌파구를 찾아 나선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와 비이자이익 강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계대출 빈자리를 중소기업 및 대기업 우량 여신으로 채우려 사활을 걸고 있으나, 은행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며 마진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자산관리(WM) 수수료, 외환 등 비이자이익 부문 역시 단기간에 가계대출 이익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총량 규제를 맞추고자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되레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차주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시장의 우려는 자금 흐름의 왜곡이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이 절실한 수요층이 신용대출이나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다 오히려 금리가 높고 리스크가 큰 고위험 대출 비중을 키워 전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은행별 대출 속도를 매일 점검하는 핀셋 관리까지 나서면서, 은행들이 돌연 우대금리를 폐지하거나 특정 조건의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등 방어적 조치를 남발해 실수요자들의 자금 계획 차질도 속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거시적인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총량 규제는 실물경제로 흘러가야 할 자금줄마저 옥죌 수 있다"며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기보다 대출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출구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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