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1분기 자영업자 대출 0.3% ↑

건전성 관리·당국 점검 강화에 대출 ‘빗장’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7년째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최근 치솟는 식자재 물가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운영 자금을 빌리러 은행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에서 매출도 줄어든 데다 기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로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수 침체로 매출은 반토막이 났는데 당장 직원 월급과 월세 줄 돈이 없다"며 "어쩔 수 없이 금리가 자동차담보 대출이나 카드론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실상 막히며 현장 자금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 둔화로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연체율 상승과 당국의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자금 공급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22조6472억원으로 지난해 말(321조6551억원) 대비 99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는 약 0.3% 수준으로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이 5.12%(8조7127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1.5%(5조2995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막히는 가장 큰 배경은 건전성 악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6%로 2022년 0.68%에서 2023년 1.28%, 2024년 1.68%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저신용 차주로 구성된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14%에 달해 장기 평균(9.66%)을 크게 웃돌고 있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도 취약 차주 비중이 10%를 넘어서는 등 부실 위험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연체율이 상승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연체율이 높아질수록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은행의 건전성 지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대출 대비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크고 자본비율(CET1)에 미치는 영향도 커 동일한 자본으로 운용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제한된다. 결국 은행들은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이나 우량 기업 위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쪽은 연체율이 높아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 수요가 있는 것은 알지만 건전성 관리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일부 우량 중소기업은 생산적 금융 대상에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는 그런 영역에 직접적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대출 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사업자대출을 활용한 주택구입 등 '용도 외 유용'에 대해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강남3구 아파트를 담보로 한 사업자대출이나 사업장 주소지가 아파트인 경우 등 고위험 대출을 집중 점검하고, 적발 시 대출 회수는 물론 형사절차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점검 강화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에서는 여신 취급 자체를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업자대출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자대출이 주택 구입 등으로 유용되는 사례에 대한 점검이 강화되면서 여신 취급 자체를 더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 대출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와 규제 대응에 집중하면서 '포용금융' 기조와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연체율과 규제 부담이 맞물리며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먼저 조여지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업은행의 대출 축소는 불가피한 만큼 영세 자영업자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정책금융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업은행은 경기와 같이 가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지면 신규 대출을 내보내지 않고 기존 대출도 환수한다"며 "한 은행이 대출 회수를 시작하면 다른 은행도 따라 나서 소위 '신용경색'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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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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