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방에 가입 여부 등 유포 정황
사측, 개인정보법 위반 형사 고소
"사실상 파업 참여 강요하는 효과"
노조 "과열 양상… 잘 마무리 되길"
삼성전자 내부에서 특정 직원이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명단 자료를 공유하는 등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안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사내 공지사항을 통해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와 무관한 목적으로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공유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일부 직원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해 특정 임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부서명과 성명, 사번 등이 표기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을 유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누가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명단 자료를 전달했는지, 개인의 단독 소행인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내 게시판에 "일부 조합원들이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이용해 미가입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또 지난달 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회사를 위해서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하겠다"며 "강제 전배나 혹은 해고할 경우에는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그들을 우선적으로 안내하겠다. 사측을 위해 행동한 직원에 대해서는 부당 노동행위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전형적인 '블랙리스트'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함께 형법상 업무방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등 다각적인 법적 책임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시 최대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업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노사 관계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노동전문변호사는 "노조 가입 여부나 쟁의행위 참여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특정인을 식별해 명단을 만드는 행위는 불참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실질적인 불이익을 예고하는 행위로, 사실상 파업 참여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일부 팀에서 조합원들이 비조합원을 확인해본다고 전달받았다"며 "현재 상황이 과열되긴 했다. 노사 문제가 이런식으로 확장됐는데 잘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초기업노조와 함께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 동행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본부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하면서 오는 23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사측이 최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이후엔 올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면서, 이 중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업이익 15%는 40조5000억원 수준으로, DS부문(7만5500여명 기준) 직원 1인당 5억3000만원꼴에 해당한다.
장우진·이상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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