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왼쪽 세 번째) 헝가리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르반 빅토르(왼쪽 세 번째) 헝가리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친미·친러 성향이자 유럽연합(EU) 내 ‘이단아’로 불렸던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정권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큰 격차로 야당에 뒤처지면서 16년 만에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53.45% 기준 야당 티서가 전체 199석의 의석 중 13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반면 여당 피데스는 56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오르반 총리는 “승리 정당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개표율이 절반을 조금 넘어섰지만, 초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판세는 야권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최종 결과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대로 결과가 확정되면 헝가리 야권은 총선 승리를 넘어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까지 확보하게 된다.

티서는 오르반 총리의 장기 집권의 폐단을 근절하겠다며 3분의 2선인 ‘133석’을 최종 목표로 제시해왔다. 정치·사회 시스템 개혁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이른바 ‘매직 넘버’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투표 마감 30분 전 기준 77.8%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02년 70.5%를 크게 웃돈다.

이번 총선은 오르반 총리가 미국·러시아에 밀착하며 대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 등 유럽연합(EU) 정책에 발목을 잡아 온 탓에 미국·러시아와 EU 간 대리전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헝가리 외교장관이 러시아와 EU 회의 내용을 논의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는 등 오르반 총리에 악재가 잇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지지에 나섰고 JD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에 보내 지지 의사를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은 이란 전쟁 이후 형성된 부정적 여론 여파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근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가 상승하고 헝가리 국채 가격이 상승하는 등 시장은 이미 헝가리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야당이 집권하면 EU에 동결된 자금이 풀리고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도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EU는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사법 독립성과 법치주의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년간 헝가리에 배정된 지원금을 동결해왔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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