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모두 우파 보수… 6월 결선투표서 당선자 결정

33년 만에 부활한 양원제 총선도 병행

정치적 불신과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페루에서 12일(현지시간)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페루 역사상 가장 많은 35명의 후보가 출마하며 유례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약 2700만명의 유권자는 이날 전국 1만2000여곳의 투표소에서 향후 5년간 국가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후보자가 워낙 많아 1차 투표에서 당선 확정 기준인 과반 득표자가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한 상태다.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조차 없어 오는 6월 7일 상위 1, 2위 후보가 맞붙는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 선거판은 세 명의 우파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3강 구도’다.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의힘’ 후보와 코미디언 출신의 카를로스 알바레스 ‘모두를 위한 나라’ 후보,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 전 리마 시장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각각 10~15%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알폰소 로페스 차우 등 좌파 진영 후보들은 5% 안팎의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우파 후보가 승리해 남미의 우파 물결인 이른바 ‘블루 타이드(Blue Tide)’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유력 주자인 후지모리 후보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의 보수 지도자들과 연대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수많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지에서 만난 유권자 마리아 페르난데스(56)는 “누구에게도 투표하고 싶지 않다. 권력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실망했다. 우리는 부패한 이들에게 통치받아왔다”며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러한 냉소주의는 반복되는 대통령 탄핵과 정당 간의 극심한 암투로 정국 불안이 장기화된 데 따른 결과다. 페루는 최근 10년간 임시직을 포함해 9명의 대통령이 교체되는 혼란을 겪었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전체 유권자의 약 25%에 달하는 650만명이 투표를 포기한 바 있다. 호세 마리아 발카사르 임시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페루 민주주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대선과 함께 국회의원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 특히 이번 총선은 1993년 단원제 도입 이후 33년 만에 양원제가 다시 시행되는 선거로, 상원의원 60명과 하원의원 130명을 선출한다. 2024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대선 후보 35명 중 21명이 상원의원 선거에 중복 출마하며 권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투표소 앞에서 대기하는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투표소 앞에서 대기하는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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