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장

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장
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장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26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여의 합의로 확정됐다. 정부가 추경안을 낸 지 10일만이다. “대한민국이 중동 전쟁으로 전시 상황에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반복적인 주문이 있었다 해도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초스피드급이다.

합의문 발표 후 “국민의힘은 전쟁 핑계 추경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 민생에 필요한 부분이 있어 국익을 위해, 민생을 위해 합의해 처리하는 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차라리 그 말은 안 하는게 나을뻔 했다. 비겁한 변명처럼 들린다. ‘전쟁 추경’ 운운이 영 찝찝하고 개운치 않다는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추경 집행은 여야 합의 못지않게 초광속이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은 오는 27일, 2차 지급은 다음달 18일까지 하겠다고 한다. 내일모레면 민생이 당장 숨넘어갈 것처럼 서두른다. 또다시 ‘6·3 지방선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전쟁 추경’의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기가 차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란 명칭이 명분은 그럴싸한데, 정작 그 지원 대상과 썩 어울리지 않늗다. 총 4조8000억원을 소득하위 70% 국민에게 쏟아붓는데 수도권 거주자 1명당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감소 특별지역 25만원, 차상위와 한부모 계층에 35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고유가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화물차 기사 등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직업군이다. 이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차라리 유류세를 내려주는 게 명분과 논리에도 더 타당했을 것이다.

‘전쟁’, ‘전시 상황’에 코웃음을 치게 만드는 건 또 있다. 영화·공연·숙박비 지원금,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영화산업 제작지원금 등등은 뭔가. 부족한 이해력으론 전쟁과 영화산업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 도통 감을 못잡겠다. 또 있다. 비록 삭감됐다곤 하지만, 한때 김어준 씨가 몸담은 TBS 운영지원금 49억5000만원을 슬쩍 넣었다가 뺀 건 ‘엉터리 추경’의 진실을 보여준다.

양당 체제에선 비판과 견제가 필수다. 보수 같지도 않은 보수, 반대도 분노할 줄도 모르는 보수는 사이비 보수다. 지금의 국힘이 거의 그런 상황이다.

지금 국민의 눈에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야당 세력은 없다. 자칭 타칭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무기력한 줄만 알았더니, 아예 궤멸 지경에 이른 게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민주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나는 정치체제다. 한쪽 날개가 부러지면, 다른 날개도 소용 없다. 그건 민주 정치의 붕괴, 더 나아가 독재의 도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못난 야당 덕분에 힘자랑질이 한창이다. 정책이든, 특검이든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이니 국민조차 얕잡아봐서였을까. 지난주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던 전재수 의원을 불기소처분으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힘자랑질의 압권이다.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은 전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과 명품 시계를 전달받은 수많은 정황과 진술 확보에도 불구하고, 한 언론에 의해 폭로되기까지 뭉갰다. 정교유착 비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통일교 측이 송금한 내역은 확인했다”고 했지만, 전 의원에게 전달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나마 합수본은 수수 정황이 있다고 인정한 까르띠에 시계는 2018년 8월로만 특정했을 뿐 그 외 부분은 수사를 안 한 건지, 뭇한 건지, 밝혀내지 못했다. 합수본조차 금품 수수 정황이 있다고 인정한 전 의원은 불기소처분의 면죄부를 받고,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맞붙게 됐다. 국민이 보기에도 참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지금 국민의힘엔 희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도 또 한번의 좌절을 맛볼 예고편일 뿐이다. 보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먼드 버커의 “정당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집합체”라는 말을 처절하게 곱씹어보길 바란다.

디지털콘텐츠국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2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