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출범시킨 종합특검팀의 일원인 김지미 특검보가 특정 정치 성향이 짙은 유튜버 김어준씨의 방송에 출연해 수사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은 사법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해괴한 일이다. 수사 기밀을 엄수하고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특검보가 본분을 망각한 채 정파적 선동의 장(場)에 뛰어들어 수사 방향을 생중계하듯 떠벌린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하다.김 특검보는 지난 9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업로드되는 ‘정준희의 논’에 출연, 40여분간 송출된 라이브 방송에서 특검팀 인력 구성과 주요 수사 대상 의혹,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설명했다. 그는 방송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소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곧 보게 될 것”이라며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최근 특검이 넘겨받은 ‘대북 송금 조작 기소’ 의혹과 관련해선 “대북 송금 의혹 자체를 특검이 보는 것은 아니고, 권력에 의한 수사 개입 등이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본인이 담당하는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서는 “고속도로와 같은 국책사업이 용역업체, 도로공사 직원 선에서 변경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권력층의 개입이 어디까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남아 그 부분을 파헤치는 게 특검의 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법은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사 실무를 책임진 인사가 확증편향이 강한 시청자들을 상대로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수사의 공정성을 스스로 내팽개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김어준 방송’은 그동안 각종 음모론과 편향된 정치 선동으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겨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무런 근거도 내놓지 않은채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사건들에 대한 공소 취소를 거래했다는 내용을 방송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한 김지미 특검보는 ‘민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출신의 변호사다. 지난 2월 2차 종합특검팀의 특검보로 임명돼 수사 및 공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3대 특검조차도 수사 종료 이전까지는 공식 브리핑을 제외한 언론 인터뷰·출연 등을 하지 않았다. 이전 정권에서 출범한 다른 특검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법조계 내부에선 그의 유튜브 발송 출연에 대해 “특검보가 판결이 나기도 전에 특정 진영의 박수를 받으며 수사 결과를 예단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느 국민이 특검의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정치 검찰’을 없앤다며 검찰이 가진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고 오는 10월 검찰청을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정치 검찰은 ‘정치 특검’을 통해 오히려 더 권한과 기능을 강화시켰다. 3대 특검이나 종합특검은 예전의 특검과 달리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권력의 하명(下命)을 받아 정치적 사건을 수사한다. 3대 특검 또한 편파 수사, 강압 수사 및 인권 침해, 별건 수사 남발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 특검보의 행태는 전형적인 ‘정치 검찰’의 행태로,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이미 시민단체로부터 공무상 비밀 누설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한 김 특검보가 계속 수사팀에 머무는 것 자체가 특검의 수치다. 권창영 특별검사는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어물쩍 넘겨선 안된다. 수사의 객관성을 훼손하고 특검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린 김 특검보를 즉각 파면하고,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것만이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잡는 최소한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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