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중재 역할 국제사회에 뚜렷이 각인

이란과 900km 접경, 우호 관계, 시아파 20%

미중 사이서 실리 취하는 중립적 외교도 무게감

파키스탄 유력 영자지 ‘돈’ “외교적 승리” 자평

2차 미-이란 협상 중재도 성공할 지 관심 집중

JD 밴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협상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파키스탄 실권자인 아심 무니르(오른쪽) 국방총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로이터=연합뉴스
JD 밴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협상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파키스탄 실권자인 아심 무니르(오른쪽) 국방총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중동 정세가 다시 불확실성에 빠졌지만, 이번 협상 국면에서 파키스탄이 보여준 적극적인 중재 행보는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측이 군사적 긴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이른바 ‘치킨 게임’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 자체를 성사시켰다는 점만으로도 파키스탄의 외교적 존재감은 크게 부각됐다는 평가다.

파키스탄 유력 영자지 ‘돈’(Dawn)은 사설에서 “전 세계의 눈이 이슬라마바드에 쏠렸다”며 이번 협상을 “숙련된 외교를 통해 거둔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돈’은 특히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수십 년 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직접 대면 회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상에서 파키스탄의 역할이 부각된 배경에는 지정학적·사회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약 90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동시에 자국 인구의 약 20%가 시아파로 구성돼 있어 이란과의 종교적·사회적 연계도 깊다. 이러한 특성은 이란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의 관계 역시 나쁘지 않다. 파키스탄은 오랜 기간 미국과 안보 협력을 이어온 국가로, 대테러전과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서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왔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전략적 중립성’을 유지해 온 점이 이번 중재에서 설득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파키스탄이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는 양면적 외교를 해온 점을 이번 중재 성공의 배경으로 꼽는다. 이 같은 균형 외교가 중재자로서 신뢰를 높이는 핵심 요소였다는 분석이다.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특히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병행하는 ‘실리 외교’를 펼쳐왔다. 이러한 외교 노선은 갈등 당사국 모두와 대화 채널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파키스탄은 협상 결렬 이후에도 중재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양측이 휴전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향후 협상 재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갈등 조정자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협상은 결과와 별개로 파키스탄의 외교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중동과 남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국가라는 특성이 맞물리며 ‘중재 외교’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각시켰다. 파키스탄이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미-이란 간 2차 종전 협상 자리를 마련하는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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