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조직에 자금 지원 안 돼”… 이란 제재 위반 가능성 경고
천연 수로에 ‘30억 통행세’ 요구… 에너지 가격 폭등 우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고액의 통행료를 요구하면서 국제 해운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요 선주 단체들은 이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국제 제재 위반이자 테러 자금 지원이 될 수 있다며 회원사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영국 BBC 방송은 10일(현지시간) 국제유조선선주협회(인터탱코)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조건으로 이란에 비용을 지불하지 말 것을 회원사들에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필립 벨처 인터탱코 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통행료를 내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러한 금전적 요구가 협상의 시작점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해협 통과 선박에 사전 허가를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선박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벨처 이사는 “IRGC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조직”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테러 단체에 자금을 지불하는 행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사들이 통행료를 낼 경우 의도치 않게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해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원칙적인 입장을 내놨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천연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떠한 형태의 통행료 제한도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당초 합작 사업 형태의 수수료 징수 가능성을 열어뒀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당장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쟁의 여파와 이란의 위협이 겹치면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마비 상태다. 지난 8일 휴전 합의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5척에 불과해, 평시 하루 평균 140척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현재 걸프 해역에는 화물을 실은 선박 약 800척이 통행 재개를 기다리며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석유와 가스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이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와 식량 가격 폭등 등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정부 대표단과 만나 종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과 통행료 분쟁 등 난제가 쌓여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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