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혈맹 관계 ‘안보 균열 가속화

스타머, “국민이 전쟁 대가 치러” 울분

미국과 이란의 전쟁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이의 감정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지원 요구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아온 스타머 총리가 마침내 공식적인 반격에 나섰다.

걸프 지역을 순방 중인 스타머 총리는 9일(현지시간) 영국 ITV 팟캐스트에 출연해 현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푸틴이나 트럼프의 행동 탓에 전국의 가정과 기업이 에너지 요금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에 진저리가 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영국의 민생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타머 총리는 중동 위기가 영국에 미치는 영향이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국 국민이) 전쟁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란을 압박하며 언급한 ‘문명 파괴’ 발언에 대해서는 “내가 쓰지는 않을 표현”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양국의 갈등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영국의 미군 지원 수위를 둘러싸고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스타머 총리를 향해 “우리가 상대하는 건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 “결정력 없는 무능한 리더이며 진정한 패배자”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오랜 혈맹인 미·영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이러한 설전 속에서도 외교적 파국은 경계하는 눈치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견해차를 인정하면서도 “정말 중요한 안보 및 경제 파트너십은 계속될 것”이라며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비판과는 별개로 실무적인 해법 마련에도 착수했다. 그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여러 국가의 연합을 구성해 정치·외교적 계획을 추진 중이며, 군사적 역량과 해협 내 선박 이동에 관한 실질적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AP 연합뉴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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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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