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휴전했지만 정세는 ‘불안’…속도전

조현 외교부장관, 이란과 통화…日총리, 佛대통령도

많은 배 통과는 쉽지 않을 듯

미국-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제로한 2주간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해협을 둘러싼 지역 정세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해협 내부에 묶여있는 자국민과 선박을 휴전 기간 동안 구출해내기 위한 각국의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하루 통항량이 정해져 있고 미국과 이란 간 입장차도 분명해 많은 배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저녁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조 장관은 “이란 내 우리 국민 안전에 대해서도 계속 신경써 달라”면서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재개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의 입장을 설명했고, 조 장관은 외교장관 특사도 이란에 파견하기로 했다.

현재 해협 내에는 한국 관련 선박 26척, 한국인 선원 총 173명이 있다. 이들은 아직 식량부족 등 임계치에 달한 것은 아니지만, 40일 동안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는 드론·전투기에 위협을 느낀 선원들은 불안감에 심신이 지쳐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선 제 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유조선 선장이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구급 헬기조차 비행이 허가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0만 명의 선원을 대변하는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해협 인근 선원들로부터 약 1000건의 지원 문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식량 부족을 보고하는 선박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200명의 선원은 ‘배에서 내려 집에 가고 싶다’며 ITF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에 다른 나라 정부도 이란 정부와 접촉하며 자국선원과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빼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25분간 전화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물류의 전략 요충지이자 국제 공공재”라면서 “일본 관련 선박을 포함한 모든 국적 선박의 안전 확보”를 이란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협 내엔 일본 관련 선박 42척, 일본인 선원 20여 명이 남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사실을 9일 소셜미디어 X에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합의든 이란의 핵과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방해하는 문제까지 다뤄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는 최대 해운사 CMA CGM의 선박 10여 척이 해협 내에 갇힌 상태다.

특히 각국 정부의 ‘속도전’은 미국-이란이 휴전 합의를 했지만 이후 합의 여부가 불투명하게 흐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박위치정보 표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린트래픽을 보면 휴전 발표 2일차인 10일에도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위태한 2주간의 휴전 이후 호르무즈해협의 개방은 더욱 불확실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일(현지시간) 휴전 이후 9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1척으로, 전쟁전 하루 평균 138척이 드나들었고 휴전 직전에도 일부 선박의 통행을 허가해 중재국을 중심으로 일부 선박이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이 휴전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알려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사실상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통행료도 걷지 말라고 압박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휴전 합의 준수를 촉구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에 요금을 부과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그렇게 하고 있다면 당장 중단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위치정보 조회 서비스 마린트래픽이 10일 오전 10시 기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켠 전 세계 선박들을 지도상에 표시한 그림.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는 선박이 한 척도 없는 상태다. 마린트래픽 화면 캡처.
선박위치정보 조회 서비스 마린트래픽이 10일 오전 10시 기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켠 전 세계 선박들을 지도상에 표시한 그림.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는 선박이 한 척도 없는 상태다. 마린트래픽 화면 캡처.
임재섭 기자(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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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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