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韓GDP 대비 경상수지 상향
‘슈퍼사이클’, 예상보다 길고 가팔라
D램값 1분기 80%, 2분기도 50% ↑
신현송 “삼전닉스, 중동충격 완충”
우리나라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 2000억달러 돌파라는 신기록 달성을 노린다. 중동발 오일쇼크로 주요 기관들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려는 와중에서도 한국만은 반도체가 지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755% 급등한 57조2000억원이라는 전대미문의 영업이익을 올해 1분기에 기록했고, 한국의 3월 수출액은 전체의 38.1%를 감당해 낸 반도체에 힘입어 사상 처음 80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동발 물가 상승과 내수경기 침체 등 한국의 경제 위기 파고를 반도체가 방파제처럼 막아주고 있는 격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 역시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해외 IB 8곳이 제시한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평균은 8.2%다. 지난 2월 말 7.1%에서 한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상향 조정됐다.
IB별로 보면 바클리는 5.8%에서 8.3%로, 골드만삭스는 8.5%에서 10.8%로, HSBC는 6.6%에서 9.8%로, 노무라는 8.5%에서 9.8%로 각각 전망치를 높였다.
이들이 전망치를 상향한 주된 요인은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기간과 규모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서다.
시장조사업체(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메모리 가격 급등을 “수요 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병목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글로벌 메모리 생산 능력이 전략적으로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공급 부족”이라고 규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지난달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6’ 현장에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2030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년 정도 성장한 뒤 2~3년 동안 정체하는 식의 ‘계단형’ 흐름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열풍이 가파른 우상향 구조로 바꿔놨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75~80%가량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50%가량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지난 8일 “2월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이 13억3000달러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8년, 2022년 당시 일평균 4억8000만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월(232억달러)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00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기존 최대 흑자액은 지난해 기록한 1230억5000만달러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국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도체 경기 호조 등이 충격을 일정 부분 완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 세계를 덮친 중동발 경기침체 파고를 반도체가 막아줄 것이라는 뜻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구조가 아닌 만큼 공급망과 인력, 기술 축적을 고려한 중장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정치권 역시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영향을 감안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유진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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