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가격제 유지… 운항 정상화 6~8주 예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간의 휴전 국면에 진입했지만, 전쟁에 따른 인프라 손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충격파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단기간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각국 정부는 당분간 가격억제책 등 비상대응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에너지 인프라가 대거 손상됐고 복구와 재가동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에너지 공급과 관련한 여파를 몇 달, 심지어 몇 년까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유럽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지 않더라도 4월까지는 큰 문제 없이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 주 더 지나면 특히 디젤과 등유 공급이 훨씬 어려워지고 항공교통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위기는 1970년대 두 번의 오일 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쳐놓은 수준"이라며 "이대로 위기가 계속된다면 어떤 국가도 그 영향에서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휴전 발표로 국제유가가 20% 가까이 급락했지만 폴란드와 독일 등 유럽 각국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가격 억제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파키스탄 등 아시아 각국 정부도 주4일제와 재택근무 등 비상대책을 시행 중이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금까지 분쟁에 관여한 정치인들의 행동과 발언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주간 전망을 몹시 조심스럽게 본다"며, 주유소 기름값 상한제와 부가가치세 인하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제바스티안 힐레 독일 정부 부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전쟁 이전) 2월 상황으로 곧바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종전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고 언제든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인 기대를 가져야 한다"며 기름값이 당장 떨어지길 바라기는 무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박 보험료 인상과 휴전 논의에서 언급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등이 시중 기름값에 부담을 준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지난 1일부터 주유소 기름값을 하루 한 번만 인상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가격 상한을 정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이날 기준 디젤은 리터 당 평균 2.471유로(4276원), 휘발유는 2.208유로(3821원)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운업계 역시 당장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운항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해운업체 하파그로이드는 호르무즈 항행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 6∼8주 걸린다며 여전히 선박들에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덴마크 해운사인 머스크도 이번 휴전 합의가 해운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CNN방송은 이날 이란발 오일쇼크 사태에 대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글로벌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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