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14~17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미 공화당 계열 인사들이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국제공화연구소(IRI) 초청에 따른 일정이다. 장 대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 한반도 현안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미 의회 의원들과의 면담, 교민 간담회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IRI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해 북한 인권 문제, 선거 관찰·평가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방미에서 부정선거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중동발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국익 우선 야당 외교를 펼친다는 설명이 뒤따르지만 시기와 맥락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지지율은 바닥권을 맴돌고,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당의 구심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공천 갈등이 불거지고, 후보자들조차 당의 간판을 숨기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표가 선거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가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 위기 상황에 걸맞은 지도자의 태도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험지 공략에 나서며 조직을 결집시키고, 선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를 지휘해야 할 사령탑이 해외 일정을 택하면서 전략과 메시지 모두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선거는 결국 타이밍과 집중력의 싸움인데, 이 시점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지금은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일 때가 아니라, 조직을 추스르고 민심을 되돌릴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다. 당은 사실상 풍비박산 상태이고 수습의 구심력조차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당 대표의 발걸음이 현장을 떠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도자의 역할은 위기일수록 분명해진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혼란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답을 찾기보다 내부를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다. 필요한 것은 화려한 일정이 아니라 무너진 당 기반을 복원할 결단과 실행이다. 그 기본을 외면한다면 어떤 명분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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