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실증 확대…‘프로젝트 한강’ 2단계 본격화
9개 은행 참여…디지털화폐 ‘절충형 모델’ 실험 가속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자 은행들이 '예금토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사이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절충형 모델'로 평가되는 예금토큰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CBDC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이 2단계에 접어들었다. 1단계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과 일부 가맹점의 온·오프라인 결제를 테스트한 데 이어 2단계에는 경남은행과 iM뱅크가 새로 합류해 참여 은행이 9곳으로 늘어났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법정통화와 1:1로 연동된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하지만 발행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에서 신뢰성과 규제 정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와 달리 민간 금융기관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두 모델의 '절충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검토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들 은행은 기존 스테이블코인 사업 참여를 염두에 두고 블록체인 인프라와 디지털 자산 수탁 역량을 확보해왔으나 제도화 지연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국민·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및 송금 테스트를 확대하며 예금토큰 활용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기업 간 대금 결제나 해외 송금 분야에서 기존 시스템 대비 비용 절감과 처리 속도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크로스보더 결제 모델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자산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생태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9개 은행은 2단계에서 사용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1단계에선 편의점, 마트, 카페, 서점, 온라인쇼핑 등 각 유형별로 참여한 유통업체·플랫폼이 1곳에 그쳤다. 하지만 2차에서는 사용처와 편의성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KB가 KG이니시스 가맹점과, 신한은 땡겨요·신한EZ손해보험·신한카드 등, 하나은행은 BGF리테일, 기업은행은 GS25와 손을 잡았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 2단계 입법 지연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공백이 장기화되자 은행들이 예금토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CBDC 시범사업과도 맞물리면서 예금토큰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CBDC가 도입되더라도 은행 기반의 예금토큰이 실제 유통과 결제 영역에서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금토큰이 스테이블코인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제도권 금융의 통제 아래에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확장하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기술 표준과 상호운용성 확보,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예금토큰이 그 공백을 메우는 전략적 선택지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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