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주가지수연동예금(ELD) 판매가 급증하자 금융감독원이 주요 은행을 불러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하고 은행권의 내부통제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금감원은 9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곽범준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ETF 및 ELD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에 상품 제조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방위적인 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력히 주문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증시 호황과 맞물려 은행권의 ETF와 ELD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ETF의 성장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특정금전신탁 납입액 기준 ETF 판매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4조9000억원에서 하반기 15조6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올해는 1~2월 단 두 달 만에 무려 15조1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ELD 역시 뚜렷한 증가세다. 작년 상반기 4조3000억원이던 판매액은 하반기 7조600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1~2월에도 9000억원이 추가로 판매됐다.

금감원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은행 창구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ETF를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다. 금감원은 은행에서 가입하는 신탁형 ETF가 증권사 직접 투자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에서 직접 ETF를 매매할 때와 달리, 은행 신탁을 통해 가입하면 은행에 내는 신탁 보수와 중도해지 수수료 등 ‘숨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실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은행 신탁은 여러 고객의 자금을 모아 분할·지연 거래로 매매를 체결한다. 투자자가 원하는 특정 시점과 가격에 매매하는 ‘지정가 주문’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제2의 불완전판매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은행 내부의 통제 시스템 강화도 지시했다. 은행 내부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원금 손실 위험과 투자 대상을 깐깐하게 검토한 뒤 판매할 ETF를 선정하라는 것이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위험 등급별로 고객 판매 한도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시장 상황과 상품 손익에 대한 고객 안내 횟수도 늘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소비자는 창구 직원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투자 성향에 부적합한 고객에게 무리하게 ETF를 권유하는 일이 없도록 현장 직원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ELD 상품에 대해서도 은행 간 무리한 최고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ELD 특유의 복잡한 수익 구조와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을 고객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의 판매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형연 기자(jhy@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형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