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민심 이탈…“지지율 30%대 중반이면 참패”

여당 내부서도 “트럼프 책임론”…최근 선거 결과에 불안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이란전쟁 반대 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이란전쟁 반대 시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전쟁 여파로 촉발된 ‘물가 쇼크’가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공화당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 가격 급등을 중심으로 한 체감 물가 상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유권자 민심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란 전쟁이 공화당의 상·하원 동시 패배 가능성을 사실상 굳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제 부담이 선거 판세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현장 전략가들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애리조나주의 공화당 전략가 배럿 마슨은 “지금의 불리한 흐름을 단기간에 뒤집기는 어렵다”며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은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미 판세가 구조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위기 인식이 공유되는 분위기다.

최근 선거 결과 역시 이러한 불안을 뒷받침한다. 조지아주에서 실시된 연방 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민주당과의 격차는 2024년 29%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조차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진 점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공화당을 압박하는 것은 물가 문제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유권자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졌고, 이는 곧바로 정치적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파고들어 연료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공화당은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조지아주의 한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배경에도 결국 생활비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낮은 지지율은 공화당에 치명적인 변수로 꼽힌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떨어질 경우 선거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국정 지지율은 3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내비게이터 리서치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휘발유 가격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71%는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이란 전쟁을 지목했다. 전쟁과 물가가 결합된 ‘이중 악재’가 민심을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백악관은 여전히 경제 회복세를 강조하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최근 몇 달간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핵심 정책 패키지인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이 본격 시행되면 회복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와 네바다를 방문해 경제 성과를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며 “자신의 정책이 미국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왔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쟁과 물가라는 복합 악재 속에서 공화당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제 체감’이 표심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중간선거 판세는 점점 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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