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 중인 화물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 중인 화물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호르무즈해협이 기대만큼 항해가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아랍권 중재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체결된 2주간의 휴전 기간에도 이 같이 선박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해협 통제를 계속하며 하루 통과 선박을 10여척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과 선박은 사전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GRC)와 통행료를 협의한 뒤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이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하고 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내세운 명분은 이란이 설치한 기뢰 때문이다. 기뢰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란군과 조율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이란 측 입장이다.

하지만 이란의 해협 통제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 해협에 해당하는 호르무즈는 운하와 달리 통행료 부과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란의 조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자국 정예 군사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통과 선박은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하며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휴전 선언 직후인 이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불과해, 전쟁 이전 하루 약 135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전격적인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는 듯했지만, 발표 후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과 이란 측의 ‘보복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협 통행은 다시 중단된 상태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전쟁 기간 이란은 허가 없이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을 확보했으며, 이번 휴전 국면에서는 이를 아예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란은 자국 또는 우호국 선박에는 통행을 허용하거나 낮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운항 경로도 제한된다. 통과가 허용된 선박들은 기존 항로 대신 이란 게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이란 연안을 따라 오만만으로 빠져나가는 좁은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통행료는 선박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 전언이다.

이란 의회도 통행 승인과 수수료 부과를 포함한 새로운 해협 관리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통행료 수익을 오만과 분담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오만은 아직 동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WSJ은 전했다.

이란의 이 같은 조치는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자유로운 항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무선 교신을 통해 혁명수비대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산유국들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통행료가 위안화로 부과되는 점은 서방의 원유 시장 영향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전문가들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이란이 명확한 안전 보장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선박 운항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박별로 허가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라 사실상 원유 수송 흐름이 거의 멈춘 상태”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선사들이 운항 재개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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