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휴전에 韓기업들 숨통

발 묶인 1400만배럴 긴급 수혈

정부, 통행개시·추가조달 총력

일각선 他선박 환적 등 검토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극한 갈등 속에 꼭꼭 닫혔던 원유 해상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이 드디어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협상 데드라인을 1시간 반 앞두고 양국이 8일 오전 극적으로 2주 간의 휴전에 합의해서다.

중동산 원유, 즉 두바이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휴전과 동시에 또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골든타임은 고작 2주, 이 정해진 시간안에 최대한 많은 중동산 원유를 확보하고, 언제 닫힐 지 모를 해협 밖으로 날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2주 간의 휴전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산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과 90%에 이르는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원유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원유와 나프타 추가 확보를 위해 중동으로 출국했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같은 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군주 겸 대통령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한국 국적선 26척이 발이 묶여있다. 이 중 국내 정유사에 원유를 공급할 유조선은 7척이다. 이들 선박은 원류 1400만 배럴을 싣고 있다.

선박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반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배는 이란 국적선 2척 외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업계는 통행 가능 시점과 원유 추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현재 외교 경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운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운항 여부가 언제쯤 확인될지 현재로선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도 석유 수입기업,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석유공사와 석유 수입기업 금융지원 점검 회의를 하고 원유 수급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문제는 추가로 확보되는 1400만배럴이 지금 당장 출발해도 2~3주 뒤에나 도착하고,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약 200만배럴)을 고려하면 일주일밖에 못 버티는 물량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한국에서 추가로 호르무즈에 유조선을 보내는 것은 도착 시간(약 2~3주)을 고려해 현실성이 없다.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선박들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정체현상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에 정유사와 물류업체들은 호르무즈 인근에서 원유나 나프타를 운반할 선박 섭외를 위해 물밑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팎과 페르시아만 일대에는 민간 선박 2000여척의 발이 묶여있다. 이 중 유조선·가스 운반선이 절반 이상인 약 1200척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과거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빼낸 뒤 동남아시아 등에서 다른 선박으로 환적을 한 것처럼, 한국도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많이 실어낸 뒤 환적하는 카드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가능한 한 조속히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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