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묶였지만 신용대출 5000억 ‘쑥’
전 금융권 가계대출 3.5조 늘며 ‘풍선효과’
금융당국, 5월 양도세 유예 종료 앞두고 긴장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무색한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규제 효과로 빗장이 걸렸지만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자 틈새를 노린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을 대거 끌어올린 이례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 집단대출 집행 영향과 향후 세제 변수 및 대외 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가계대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규제 강화와 함께 전방위 관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72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2조1000억원 증가에서 12월 2조원 감소로 전환한 뒤 올해 1월(-1조1000억원)과 2월(-4000억원) 감소세를 이어가다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담대 잔액은 934조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변동이 없었다. 지난 2월 3000억원 증가한 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전세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보합을 기록했다. 반면 기타 대출은 237조1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했다.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국내 증시가 급락락을 거듭하자,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차입)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하는 장세를 보였다. 주가가 많이 빠진 날 기타 대출이 많이 늘어났다”며 “신용을 통한 주식 투자가 늘 경우, 주가가 조정될 경우 하락 폭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3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늘어나며 전월(+2조9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올해 들어 석 달째 지속된 오름세다.
특히 제2금융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새 3조원이나 불어났다. 이중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만 2조7000억원이 급증했다. 당국의 신규 대출 취급 중단 조치 이전에 이미 승인된 대규모 집단대출이 시차를 두고 집행된 파생 효과로 분석된다.
전 금융권 주담대는 3조원 증가해 전월(+4조1000억원) 대비 불길이 다소 잡힌 반면 기타 대출은 전월 1조2000억원 감소에서 이달 5000억원 증가로 돌아서며 ‘빚투’로 인한 자금 수요 전환을 방증했다.
당국은 이러한 시장 변동성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에 따른 매물 출회 효과, 중동지역 리스크 요인 지속 등으로 가계대출 변동성이 언제든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전 업권이 엄중한 경각심을 갖고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 대출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대상 확대 등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과제들도 빈틈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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