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전 운항이 입증될 때가 휴전 발효 시점”
휴전발표 후에도 공격, IRGC 안전 보장 언급 없어
이란 10개 요구안, 美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 많아
외신 “핵심 쟁점 비껴가… 지속가능한 합의는 요원”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며 ‘문명파괴’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했지만, 종전까지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7일(현지시간) 양측의 전격 합의로 세계 경제와 에너지 수급을 옥죄던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가 커졌지만, 한국시간 8일 오후 현재까지도 실제 항해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불안한 휴전’이라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이 안전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시점이 휴전 발효 시점”이라고 밝히면서, 선언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드러냈다.
휴전 발표 이후에도 중동 전역에서는 긴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CNN에 따르면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사일 및 드론 위협 요격에 나섰고,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도 경보를 발령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이란발 미사일을 탐지해 대응에 나서는 한편, 이란 내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휴전에 동참하기로 했던 이스라엘까지 군사행동을 이어가면서, 발효 시점 혼선 속에 사실상 ‘총성 속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방송 IRIB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군에 공격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 차원의 명확한 안전 보장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합의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 항해에 대해 이란은 2주간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란 군과의 조율’이라는 조건을 내걸며 통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쟁 기간 동안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 경제를 압박했던 이란이 종전 이후에도 통행료 부과 등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해협을 통한 원유와 LNG 수송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협상 결렬 시 봉쇄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향후 협상의 최대 변수는 이란이 제시한 10개 요구사항이다. 제재 해제, 우라늄 농축 권한 인정,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 핵심 사안이 포함된 조건들은 미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란은 미국이 이를 이미 수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의 “토대”로 규정하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시각차가 큰 상황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높다는 전망이다.
외신들도 이번 휴전을 ‘시간 벌기’로 규정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말 위협 다음날 탈출구를 찾았다”고 평가하면서도 핵심 쟁점들이 합의에서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란의 핵연료 포기 문제나 미사일 제한 등 전쟁의 근본 원인이 된 사안들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정한 휴전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지속가능한 합의는 요원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프로그램, 제재 완화 문제에서 양측 간 간극이 크다고 분석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분적 승리이지만 대가는 클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휴전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불안한 일시적 정치’에 가깝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양측이 극단적 충돌 직전에서 한발 물러서며 협상 국면으로 전환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향후 2주간 진행될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없다면, 군사적 긴장이 재점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다시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경제를 인질로 한 갈등이 잠시 숨을 고른 가운데, 진정한 종전까지는 여전히 ‘산 넘어 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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