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3월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으로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석유류(9.9%)를 중심으로 내구재, 섬유제품, 가공식품 등 거의 전 품목에서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특히 나프타 가격 상승이 포장재, 생활용품, 식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서비스 물가지수는 115.9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상승했다. 외식 등 서비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어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비료·사료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농축산물 가격 파동도 우려된다.

물가 상승이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로 번지는 국면이다.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본격 반영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물가 도미노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중동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책의 엇박자다. 물가 상승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규모 추경까지 겹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돈을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가 대응의 핵심은 집중과 선택이다.

에너지 가격 충격에 대해서는 단기적 완충 장치를 가동하되, 전반적인 수요를 자극하는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은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취약계층 지원 역시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정과 통화 정책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며,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를 이유로 성급하게 돈을 풀지 말고,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도미노처럼 번지는 물가 상승을 방치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과 취약계층에 돌아간다. 지금은 속도보다 방향, 규모보다 정밀함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추경이 물가에 기름을 붓는 일 없도록 총력을 다해 설계부터 집행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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