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2차 한미 공공외교 협의’에서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법의 목적이 그렇지 않으며, 허위 조작 정보 작성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정통망법 개정안은 구글, 엑스, 메타 등 사업자들에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삭제·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을 직접 겨냥한 규제라는 점에서 국제적 파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통망법 개정안 등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인 협의 자리에서 직접 우려를 전달한 것은 사안의 무게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해당 이슈가 한미 관계 전반의 의제로 격상됐다는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데이터 이동, 플랫폼 책임, 콘텐츠 관리 기준 등은 글로벌 기업의 사업 환경과 직결된다. 이는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이어진다. 그 파장은 외교적 갈등을 넘어 경제적 불이익으로 전이된다.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보복성 조치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규제 하나가 시장과 외교, 산업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인 것이다.
미국의 문제 제기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단순한 압박으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미국에 휘둘려 원칙 없이 후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정교함이다. 디지털 규제는 통상 문제이자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다. 더 이상 국내 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따라서 감정적 대응이나 선언적 ‘주권’ 논리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이용자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한미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오해를 줄이고, 이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드러나면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통상 갈등을 최대한 줄이고 우리 산업과 이용자를 함께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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