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달 퍼 스테니우스 대표·왕호림 한국지사장 인터뷰
테슬라·오픈AI 등 명확한 비전 제시
상법 개정으로 소수주주 가치 제고
성공적 밸류업이 최고의 경영권 방어
유럽·美·日 모델 결합으로 시장 재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증시가 또 다시 출렁였다. 휘청대는 기업 가치를 단단하게 지탱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투명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소액주주와의 공존 방안을 마련하는 게 답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달의 퍼 스테니우스 대표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복잡한 지배구조, 불투명한 의사결정, 취약한 소수주주 보호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돼 왔다"며 "이는 기업가치 평가와 투자자 신뢰를 동시에 훼손해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한 기업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증시가 흔들리는 이유가 예견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따른 것인 만큼, 기업들의 명확한 비전이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테슬라, 아마존, 오픈AI, 앤트로픽 등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이들 기업들은 특정 오너의 지분이 아닌 플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비전을 믿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단기 투자를 쫓을 경우는 그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지 못할 때 도박하는 느낌으로 한다. 장기적으로 투명한 비전이 있다면 소수주주들도 방향을 같이 해 자본시장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수주주의 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북유럽의 성공 모델을 예로 들며 인수합병(M&A), 사업부 매각, 사업분할 등 중요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소수주주로 구성된 풀(그룹)이 투표해서 결정하는 방식 등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도 주주를 향한다. 이는 작년부터 이어진 1~3차 상법 개정과 일맥상통한다.
인터뷰에 동행한 왕호림 레달 한국지사장은 "현 정부의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라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3%룰·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소각, 좀비기업 퇴출 등의 정책은 코리아 디스카운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기업가적인 모험 정신을 위축시키지 않으려면 정부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정당한 경영상의 실수가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목표는 지배구조 개선이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권 방어' 우려도 밸류업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등 행동주의펀드들의 공격 대상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밸류업이 경영권 방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 한국지사장은 "기업가치가 올라간 기업을 외부 투자자가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차익 실현 규모도 작아지게 된다"며 "최고의 경영권 방어는 높은 주가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을 도입한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유럽(지배주주의 인정과 소수주주의 가치제고), 미국(분산된 주주 구조와 대규모 기관투자가 중심), 일본(중장기 관점의 자본시장 구조 개편)의 모델 결합을 한국 자본시장 개편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오너십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소수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특정 국가 모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요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유럽식 투명성과 구조적으로 내재된 소수주주 보호, 미국식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과 시장 감시 기능, 일본식 점진적 개혁 경로를 결합하는 방향"이라며 "단기간 내에 개편될 필요는 없다.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면 주가에도 반영돼 시장이 탄탄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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