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호황은 찬사받고, 불황은 방치된다. 승자에겐 찬사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패자에겐 알량한 동정심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게 세상사이듯, 나라 경제 전부가 반도체 하나에 올라탄 지금의 한국 경제가 딱 그런 모습이다.

수출도, 성장률도, 투자도, 코스피 지수도 사실상 반도체가 홀로 이끌면서 온 나라의 관심과 정책, 유동성까지도 모두 반도체를 향해 있다. “반도체가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걱정인 건, 눈부신 반도체 활황의 착시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또 하나의 큰 축인 건설업의 붕괴 아우성을 가리고 있다는 거다.

수출 효자 반도체가 끌어 올린 2%대 성장률의 찬사 뒤에서 내수와 일자리,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던 건설업은 이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찬란히 빛날 때, 버팀목인 다른 한쪽 기둥이 소리 없이 갈라지고 있는 것인데, 반도체 착시에 짓눌려 건설업의 고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실제 통계는 건설업이 얼마나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한 해 동안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486곳을 넘어선다. 이미 역대 최악이라 했던 2024년(435곳) 수치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기준 2000곳이 넘는 전문건설업체도 문을 닫았다. 대구와 경북 등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 건설사의 폐업률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건설업 일자리도 증발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가 1년 새 23만4000명 늘어나는 동안 건설업 취업자는 4만명이 줄며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건설 현장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일용근로자’의 감소(약 5만5000명)가 두드러졌다. 일할 현장이 그만큼 없어졌다는 건데, 취약 계층의 타격이 가장 뼈아프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사가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지표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올해 2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2.5(기준선 100을 밑돌면 비관적 전망이 우세)로 곤두박질쳤다. 지수 개편(2024년 5월) 이후 역대 최저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4년 만에 최고인 3만1307가구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28.2%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음식점(-2.0%)과 일부 업종은 감소했다.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3% 늘고 설비투자는 6.8% 증가했는데, 건설업체의 국내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건축 부진으로 11.3% 급감했다.

반도체에 가린 조용한 건설 불황이 더 무서운 이유는 ‘통계의 평균’이 현실의 위기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이끈 성장률 전망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온기는 사실 미미하다. ‘고용 없는 성장’을 대표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 덕에 거시 지표가 뛰어오를진 몰라도, 골목 식당이나 일반 자영업자들이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에는 명확한 구조적 이유가 있다.

지금 건설업은 방치된 중증 환자 상태다. 미분양 공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신, 지방 주택시장 침체, 공사비 급등 후유증, 인허가 지연과 정책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겹친 ‘구조적 질환’을 앓고 있다. 종합병동에 있어야 할 환자 신세지만 어떤 의사도 응급조치에 관심이 없다.

건설업 붕괴는 한국 경제 위기를 가장 먼저 예고하는 경고등이다. 내수가 식고 지역 경제가 가라앉고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이 건설 현장이다. 크레인이 멈춘다는 것은 일자리가 끊기고, 자영업 매출이 꺼지고, 금융권 부실을 예약해 두는 불황이다. 정부가 챙겨야 할 것은 체력 넘치는 반도체 수출 그래프가 아니라 응급조치가 필요한 건설 현장이다. 위기는 늘 약한 고리에서 시작된다. 그 고리가 끊기지 않게 살펴야 방치된 불황이 요구할 끔찍한 진단서를 피할 수 있다.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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