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수술 극복후 6년 9개월 만에 우승

마스터스 출전권 획득… 세계랭킹 51위 도약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는 게리 우들런드. 로이터-연합뉴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는 게리 우들런드. 로이터-연합뉴스.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고 쓰러진 후 다시 일어서는 데 6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게리 우들런드는 푸른 잔디 위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 마지막 18번 홀 퍼트를 마친 우들런드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내를 껴안은 그의 어깨는 떨렸고 가늘게 흐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우승의 환희가 아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한 남자의 인생이었다.

우들런드는 이날 열린 PGA 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니콜라이 호이고르를 5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린 완벽한 승리였다. 259타는 이 대회 역대 최소타 기록이다.

많은 골프팬들은 그의 우승에 깊은 감동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고 일어선 한 남자의 인생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 우들런드가 세운 기록이 아니라 그의 머리에 남은 뇌종양 수술 자국과 그동안 겪었던 고통,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에 더 주목했다.

1984년 캔자스주에서 태어난 게리 우들런드는 본래 촉망받는 농구 유망주였다. 대학 시절까지 코트를 누비던 그는 뒤늦게 골프의 길을 선택했다. 특유의 탄탄한 체구와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투어 첫 승을 거둔 이후 2019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킹' 브룩스 켑카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시련은 2023년에 찾아왔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뇌종양' 진단을 받은 것이다. 골프채 대신 수술 칼을 마주해야 했던 그는 그해 9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뇌종양을 완벽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그를 갉아먹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찾아왔고, 필드 위에서 갑자기 이유 없는 공포에 휩싸여 화장실에 숨어 울기도 했다.

2024년 투어에 복귀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6개 대회 중 11번이나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계 정상급이던 랭킹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팬들의 기억 속에서 그는 서서히 '병마에 꺾인 선수'로 잊혀져갔다.

우들런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작년 2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필드를 지킨 공로로 'PGA 투어 커리지 어워드'를 수상한 그는 재기를 다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거둔 준우승은 부활의 전조였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같은 장소에서 마침내 6년 9개월 만의 통산 5승째를 수확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세계랭킹을 139위에서 51위로 끌어올렸고, 꿈에 그리던 4월 마스터스 출전 티켓까지 손에 넣었다.

이날 승부처는 전반 홀이었다. 2위 호이고르에게 1타 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우들런드는 7번 홀(파3)에서 7.5m 장거리 퍼트를 떨구며 기세를 잡았다. 이어 9번 홀에서도 9m에 가까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뇌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손떨림과 집중력 저하를 극복해낸 집념의 순간이었다.

우들런드의 이번 우승은 질병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수술 후에도 여전히 두려움이 나를 지배했지만, 골프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출구였다"는 그의 고백은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머지않아 오거스타 내셔널의 푸른 잔디 위를 걷게 된다. 뇌종양이라는 절망의 벽을 넘은 그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말했다.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나를 보며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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