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호 부국장 겸 IT과학바이오부장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물가 상승은 각국 통화당국이 정말 대응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이었다. 인플레이션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이고, 또 하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다.
코로나19 때의 물가 상승은 석유와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물류망 붕괴까지 겹쳤다. 총수요는 그대로인데 총공급이 부족해지자 주요국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올랐다. 실제로 2020년 1.2% 수준이었던 미국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기록하며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었다.
급등하는 물가에 놀란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불길을 잡기 위해 제로(0.0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불과 1년여 만에 연 5.25~5.50%까지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한국도 마찬가지 수순이었다. 한국은행은 0.50%였던 기준금리를 3.50%까지 가파르게 올렸다.
그러나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경기 과열에 따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 처방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 카드가 잘 안 통한다. 자칫 경기는 부진한데 금리만 높은 상황,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인플레이션 원인의 대부분이 공급 측면에 있어 통화정책으로는 직접 해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테지만 그걸로 물가가 잡힐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라는 메시지였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수장이 할 말인가 싶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이란 전쟁과 중동 사태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코로나19 때의 세계적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다시금 떠오른다. 미국이 수주간에 걸친 지상전을 준비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28일(현지시간) 나왔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의 좁은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전해졌다. 중동전이 확대·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플라스틱 등 산업 기초재료 공급망이 훼손된다면 세계 경제는 마치 코로나19 때와 같은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 당초 미국에선 캐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이 취임하는오는 6월쯤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걸로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 추가 옮겨갔다.
한국은 환율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받게 된다. 각국 물가가 오르고, 여기에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면 수입품 가격은 더 상승하게 되고 이는 경제를 더욱 짓누르게 된다.
물가와 금리는 증시에도 충격을 준다. 이미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가을 2만4000에서 최근 2만1000까지 밀리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중동의 포성이 더 커지면 미 증시는 더 큰 몸살을 앓을게 뻔하다. 그리고 그 충격은 국내 증시에도 전이된다.
코로나19 때의 암울한 얘기를 다시 꺼내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미국이 다시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가는 상황과 미 증시가 추가 하락하는 시나리오에는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 급상승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의 사업 호조 소식에 모두가 들떠있었지만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가 가진 가장 큰 위험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2342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이 2000조원에 달하고, 최근 대출을 얻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열품이 더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때 진 빚을 아직 못 갚았다. 수많은 1주택자들은 매월 주담대 원리금 내기 힘겨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경기와 금리인상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낙관론에 취할 때가 아니다. 개인이든 정부든 부채부터 관리해야 한다.
맹준호 부국장 겸 IT과학바이오부장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