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관은 남북 평화공존 차원을 넘어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 아닌가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다. 평소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온 정 장관은 이번엔 정부의 ‘대북 3원칙’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에서는 (북한인권결의를)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본다”며 “그걸 감수하고 우리가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엔은 매년 상반기 인권이사회와 하반기 총회에서 각각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채택 예정인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실에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국으로 꼽힌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자유를 박해하기 때문이다. 공개 처형, 고문, 강제 납치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반체제 인사로 분류된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강제 노동, 구타, 고의적인 굶김 등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표현과 정보취득의 자유가 부재하며, 이동 및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한된다. 심지어 봉건적인 출신 성분 제도까지 존재한다. 그래서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를 현대 사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매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을 외면한 채 ‘관계 개선’만을 외치는 것은 가해자의 폭력에 눈을 감고 피해자의 신음은 듣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정동영 장관은 또 2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통일부·통일연구원이 ‘적대의 종식과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 개회식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지칭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식 외부행사에서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조선과의 관계, 즉 ‘한조관계’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 나가겠다”고 했다. 이렇게 공공연히 적대의사를 드러내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장관은 여전히 평화 타령에 일방적 ‘짝사랑’이다. 북 인권결의에 불참하고 남북 관계를 ‘한조관계’라는 정 장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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