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가 한국,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핵심 LNG 거점인 라스라판 내 생산시설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고, 이를 복구하려면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 불능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때 책임을 면제받는 법적 장치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가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14%이고, 이 가운데 장기계약 물량은 연 610만톤이다.
게다가 카타르에 이어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나라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로선 실물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위기다. 이미 LNG 현물 시장에선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전력과 가스 요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대체 물량 확보다.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더라도 수급 안정이 우선이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이 총력을 기울여 장기계약 물량을 재조정하고, 미국·호주·동남아 등 비중동 공급선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비축 물량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필요할 경우 국제 공조를 통해 공동 대응 체계도 가동해야할 것이다. 수요 관리 역시 병행돼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공공 부문부터 사용을 줄이고, 산업계와 가정의 효율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에너지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응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전방위 비상조치에 나서야 한다. 대체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수요 관리와 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공백을 메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되,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과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할 것이다.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산업과 민생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준비된 대응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제적 결단이며, 속도와 일관성을 갖춘 정책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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