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희 인하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6G 포럼 집행위원장)
지난 2023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R)이 6G인 IMT-2030의 프레임워크를 완성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경쟁은 속도 중심에서 지능 중심으로 전환됐다. 네트워크는 더 이상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신 인프라에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연결되고 확산되는 국가 핵심 기반시설이자 디지털 경제의 신경망이다.
우리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면, 6G 시대에는 AI를 구조적으로 내재화한 지능형 네트워크로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국가 전략이 바로 ‘하이퍼 AI 네트워크’다.
6G의 본질은 인공지능을 부가 기능으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설계·운영·관리·제어 전 과정에 AI를 내재화하는 AI 네이티브 구조에 있다. 더 나아가 에이젠틱 AI 네트워크(AAN)는 네트워크 기능을 독립적 지능 주체인 에이전트 단위로 재구성한다. 각 에이전트는 관측, 인지, 추론, 계획, 실행, 학습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다수의 에이전트가 협력해 네트워크 전체를 최적화한다.
이는 사람이 정책을 정의하고 장비가 이를 수행하던 절차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네트워크가 목표를 이해하고 전략을 스스로 도출하는 자율 운영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 전반을 관통한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에이젠틱 AI 네트워크에서 무선액세스망(RAN)과 코어망(CN)은 분산 지능 구조 속에서 역할을 분담한다. RAN은 AI-RAN과 엣지 AI 기반으로 진화해 기지국 단에서 채널 상태, 이동성, 트래픽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빔 관리, 스케줄링, 전력 제어를 자율 최적화하는 실행 지능 계층으로 작동한다. 즉, 초저지연과 초신뢰 요구에 즉각 대응하는 현장 중심 지능이다.
반면, CN은 데이터분석기능(DAF)을 통해 네트워크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정제하고, 데이터의 중요도와 맥락을 반영한 분석을 수행한다. 여기에 NetGPT와 같은 고차원 추론 모델이 결합돼 서비스 요구와 정책 목표를 해석하고 최적 전략을 도출한다.
또한 의도 기반(Intent-based) 관리 체계를 통해 CN 내 지능형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이 상위 서비스 목표를 해석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정책과 제어 파라미터로 변환해 RAN과 엣지 노드에 배포한다.
RAN이 현장에서의 민첩한 실행 지능을 담당한다면, CN은 네트워크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전역 전략과 정책을 조율하는 두뇌 지능으로 기능한다.AAN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먼저 준비돼야 한다.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는 단순히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품질·대표성·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용자 단말과 네트워크 장비에서 생성되는 측정값, 서비스·정책 실행 결과, AI 모델의 출력과 오류 신호까지 하나의 데이터 생태계로 관리돼야 한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보안, 모델 편향과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익명화·접근통제·감사 체계가 기본 설계에 포함돼야 한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취약하면 에이전트의 판단도 불안정해지고, 자율 운영의 신뢰 역시 확보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는 피지컬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율주행차, 산업 및 가정용 로봇, 디지털 트윈은 마이크로초 수준의 초저지연과 초신뢰성을 요구한다.
정적이고 규칙 기반의 기존 네트워크로는 이러한 요구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에이젠틱 AI 네트워크는 실시간 분석과 예측 기반 자원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네트워크를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AI의 확장된 감각과 판단 계층으로 발전시킨다.
마지막으로 국제 표준화 선도와 조기 실증이 관건이다. 에이전트 간 인터페이스, 데이터 모델, 성능·안전 검증 기준을 선점하지 못하면 기술 경쟁력은 시장에서 재현되기 어렵다. 전국 규모 테스트베드에서 공공·산업 수요를 함께 검증하고, 성공 사례를 수출 가능한 레퍼런스로 묶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은 단순한 통신 고도화가 아니라, AI와 네트워크를 통합한 국가 신경망 구축 전략이다.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제도 정비, 산업계의 연구, 개발 결과 실증과 상용화, 대학의 융합 인재 양성이 결합될 때, 대한민국은 6G 에이젠틱 AI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질서의 설계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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