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광진구갑)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도시 빈민의 아픔을 증언한다. 고속 성장과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 수요가 폭증하던 시절이었다. 서민들은 주거와 생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를 생략하거나 규제를 피한 건축물이 양산됐다. 행정적 감시도 느슨한 시대였다. 이른바 ‘위반건축물’이 탄생한 배경이다.
정부는 위반건축물이 불가피한 시대적 산물임을 인정해왔다. 1980년부터 2014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양성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홍보와 안내가 부족했다. 제도 시행을 알지 못해 놓친 이들이 여전히 많다. 현재 파악된 위반건축물은 전국 약 14만8000동에 달한다. 절반 이상이 주거용이다. 6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문제는 선의의 피해자다. 이들의 눈물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 먼저 위반 여부를 모른 채 집을 샀거나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이 있다. 전세 사기로 인해 위반건축물을 취득한 경우에도 이행강제금이 제한 없이 부과된다.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대출과 보증보험 가입도 제한된다. 임대인은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구조의 문제다. 구조적 결함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울 순 없다. 추후 행정 단속으로 적발되면 실질적으로 현 소유자가 오롯이 금전적 손해 책임을 떠안는다.
최초 건축주나 시공업자는 이미 사라진 뒤다. 위반 면적을 원상 복구하려고 해도, 건물 구조와 안전문제로 전면 철거나 시정조치가 불가능한 사례가 발생한다. 주민 안전과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과감한 양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22대 국회 개원 후 1호 법안으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위반건축물 양성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신속 과제로 선정되도록 전력을 다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며 동료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현장의 눈물을 보라며 호소했다.
현재 당정 간 합의는 유의미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양성화 적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되는 중이다. 단독주택은 전용면적 165㎡까지 일괄 허용하고, 330㎡까지는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가구 주택은 연면적 660㎡까지 범위를 넓혔다. 다세대는 전용 85㎡까지 양성화된다. 근생주택은 주차 및 건축 기준을 보완할 시 조건부로 가능하다. 다만, 무분별한 특혜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상습 위반은 제외된다.
이번 양성화는 마지막이어야 한다. 법을 지킨 국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불법행위가 시장에 남발되는 풍토도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양성화 대상 범위는 가능한 합리적으로 넓히는 것이 맞다. 양성화의 궁극적 목적이 위반건축물을 제도권으로 들여와 안전성과 관리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다. 남은 세부 쟁점들도 민생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되리라 믿는다.
핵심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다. 국가는 억울한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 한시적 양성화 특별법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켜야 한다. 동시에 향후 철저한 행정적 관리 감독과 예방책으로 악용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입법은 대표 발의가 아니라, 본회의 법통과를 통해 실질적 제도 변화가 구현됐을 때 완성된다. 위반건축물 양성화법 통과를 위해 여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국민의힘 의원들께도 부지런히 설명을 다니고 있다.
최종 입법까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라는 두 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본 의원은 국토위 소속이 아니므로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필사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민생 앞에 이념은 없기 때문이다. 오직 국민의 삶만 있을 뿐이다.
위반건축물 양성화는 절실한 민생의 목소리에 대한 국가의 마땅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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