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60달러까지 치솟아

환율 이틀 연속 1500원대 마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와

중기·소상공인 대출 연체율↑

두바이유 가격은 160달러까지 치솟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이라는 지붕을 뚫고 계속 오르는 중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

경제 불안 요인이 점점 늘면서 코스피 ‘거품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환율과 금리 상승에 외국인 자본의 이탈이 본격화되면 수많은 개미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모든 불안요인의 시발점은 중동 전쟁인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방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당장 내달까지 전쟁이 진정 국면에 진입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는 올해 내내 ‘오일쇼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58.85달러로 전주 대비 9.2%, 한달 전(70.71달러)보다는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전일엔 역대 최고치인 166.80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 원유(98달러), 브렌트유(112달러) 선물 가격과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아시아 시장의 지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 이상이다.

특히 카타르에너지(QE)가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격으로 한국을 포함해 맺은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수년간 ‘불가항력’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산업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마지막으로 통과해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운반선은 이달 말이 마지막이다. 우회경로를 포함해도 내달 초 끊긴다. 싱가포르에서 현물로 구매하는 대안이 있지만 가격 부담이 만만찮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생산 비용은 평균 0.38%, 이 중 제조업은 0.68% 각각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단가도 3.15%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제유가는 전 달과 비교해 2배로 치솟았다.

정부가 비축유 방출 등의 비상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봐야 2달 남짓이다. 중동전쟁이 당장 해소된다 하더라도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역시 비축유 방출을 전략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당장 내달부터 휘발유, 경유, 플라스틱 제품 등의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걸프 지역 석유·가스 공급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시장과 정치권이 이번 위기의 깊이와 파급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환율 급등과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20일 2거래일 연속 1500원 선에서 마감했다. 이틀 연속 1500원대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무협이 작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경우 3.68%의 원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에 비상이 걸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 등이 잇따라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40%로 작년말 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NPL은 3개월이상 연체된 부실대출로 인식된다. 추가 금리 인상까지 이어질 경우 은행의 부실 채권 증가와 영세 소상공인들의 줄파산이 현실화 될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잘 나갔던 코스피도 최근 ‘거품론’과 함께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락시 매매거래를 20분 중단하는 것)가 3거래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발동됐던 점을 지목하며, 이는 ‘전형적 버블 사례’(textbook examples of a bubble)라고 진단했다.

BofA는 최근 한국 증시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에서 보인 불안정성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 내 이란전 종식을 시사했지만, 이란 측의 강경 기조는 꺾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종전 조건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원활한 통항 보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종전 선언이 나오더라도 원유 시장 안정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은 상존할 것”이라며 “대외 변수에 민감한 코스피 시장은 당분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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