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내가 자충수를 두고 있구나.” 경제 일간지 부동산 담당 기자 박민수(가명·36) 씨는 아파트 전셋값 급등을 다룬 1면 머리기사를 송고한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자충수란 ‘스스로 둔 수가 결국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을 뜻한다.

박 기자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서 보증금 3억원짜리 전세에 사는 무주택자다. 5개월 뒤 재계약을 하려면 최소 6000만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개인의 이해만 놓고 보면 전셋값은 떨어질수록 좋다. 그러나 그는 전셋값 상승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이를 가장 ‘냉정한 문장’으로 정리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기자의 사명이고 직업적 윤리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셋값이 오른다는 기사를 쓴다.

각종 정보를 다루는 기자는 본래 참여자보다는 관찰자라는 거리 두기의 전문가다. 자신과 무관한 사건이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숫자라면 비교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주식 담당 기자가 이에 해당한다. 설령 주식 시세가 급등하더라도 소액이라도 투자해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가질 수 있다. 개별 종목 투자가 윤리적으로 부담스럽다면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대안도 있다. 시장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느낌만으로도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 부분 완화된다.

그러나 부동산 담당 기자는 다르다. 그는 시장의 관찰자인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참여자다. 집은 주식처럼 쌈짓돈으로 나눠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전세든 자가든 주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필수재의 가격이 오를 때 느끼는 무주택자 기자의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삶의 조건이 악화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 스트레스는 더 직접적이고 오래 지속할 수밖에 없다.

흔히 부동산 기자라면 집을 여러 채 가진 기득권으로 오해받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편집국에서 부동산을 맡는 기자들은 대체로 젊고 자산 축적의 초기 단계에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을수록, 그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무주택 기자들의 내면은 더 크게 흔들린다.

이 고통의 핵심에는 ‘인지’가 있다. 인간은 어떤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 짓는다. 집값 상승은 단순한 시장 정보가 아니라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신호로 번역된다. 특히 부동산 기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세를 확인하고 과거 거래 사례를 복기하며 ‘그때 왜 결정하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해야 한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선택을 되새기는 행위는 후회와 자책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이들에게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잘 맞지 않는다.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이 더 실감 난다.

아파트 매매가격이나 전셋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면 마음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고통은 배가된다.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그 인지를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해 매일 이를 분석하고 문장으로 가공해야 한다. 고통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유통해야 하는 직업이다. 단순히 관찰자라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부담인데, 참여자라는 이유로 그 짐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무주택 부동산 기자에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 시기는 상승기보다 하락기일지도 모른다. 하락기에는 ‘무주택이 상팔자’라는 말이 힘을 얻는다. 집을 사지 않았다는 선택이 뒤늦게 합리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상승기에는 모든 뉴스가 기회 상실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참여할 수 없는 시장을 매일 해설하는 일은, 자신의 미래가 멀어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과 다름없다.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집값이 오르면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떨어지면 ‘호들갑을 떤다’는 조롱을 받는다. 시장을 멀찍이서 관조하는 일이라면 해석의 문제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얽힌 ‘내 일’이 되는 순간 그 무게는 전혀 달라진다. 결국 이 불편한 긴장 속에서 사실을 담담하게 쓰는 일, 어쩌면 그것이 부동산 담당 기자의 직업적 숙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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